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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일기글입니다.
 빵 타는 냄새  
조회: 505 , 2020-02-26 14:47


옆 테이블에서 토스트 냄새가 강하다. 탄 것처럼 텁텁하면서도 고소한 빵 냄새를 맡고 있자니, 입 안에 익숙한 맛이 상기되었다. 짭짤하고 자극적인데 질리지 않던 맛. 타기 직전의 토스트에 어울릴 것 같은 맛. 그런데 그 맛이 무슨 음식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때 케찹과 마요네즈를 섞어서 토스트에 발라 먹곤 했는데, 바로 그 맛이었다.

이제 프루스트를 떠올린다. 감각이 기억으로 저장될 때 다른 감각들은 왜곡되지만, 후각과 미각은 거의 온전하게 남는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었던 것이다. 앙드레 지드가 프루스트의 원고를 거절했다가 후에 사과했다는 이야기, 수업에서 후배가 프루스트를 발표하던 내용, 언젠가 영공주에서 혼자 봤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신기해요."라는 말이 들리는 것만 같다. 연상은 어느새, 이야기를 하는 상상이 되었나? 그렇다면 그 장소는 어디일까. 바다가 보이는 카페? 푹신한 새 침대 위에 깔린 흰 이불 속? 프루스트라는 이름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런 쓸데 없는 얘기에도 눈을 반짝이며 듣다가, 그렇게 말할 성싶다. 시간이 많다면, 나는 영화를 같이 보자고도 했을 것이다.

이제 그런 사람은 내 기억 속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그것도 아니라 '상상 속에만'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제는 가끔 떠오를 때, 그 시절을 신기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