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413 , 2020-05-29 06:52 |
오늘 엄마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였다.
통화를 끊은 줄 아는 엄마는 옷을 고르고 있었다.
“이거 짝퉁이에요, 진짜에요?”
익숙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온다.
“아. 짝퉁이구나. 진짜같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끊어버렸다.
언제는 10만원짜리 중고 명품을 사온 엄마.
펑퍼짐하고 무거운 옷은 엄마를 우습게 보이게 만들었다.
“이거 어때? 어울리나?”
기대감에 부풀어 묻는 엄마를 향해서
난 그때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ㅋㅋㅋ 잘 어울리네, 뭐.”
애써 표정을 감추며 말했을거다.
엄마도 사람인데,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줄
난 왜 잊고 있었을까.
왜 덤덤하게 행복한 채로 살고 있는거야, 엄마?
난 무수히 많은 선택들 중에서 어떤 걸 골라야 했을까.
모호한 인생 속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난 지금 너무나도 슬펐다, 너무나도.
내게 있어 인연이라는 건
언젠가 다가오는 끝, End다.
그리고 라는 건 없다.
끝이 날 수 밖에 없는 인연들이라면
차라리 스쳐가기를 원한다.
어느새 그 인연이 너무 소중해진다면
내게 너무 예쁜 가시가 되어버리니까.
만약 가시가 된다면,
그때는 더욱 품에 끌어안으리라.
가슴에 아무리 피가 철철 나더라도
좀 더 오래 머물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