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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투명 일기글입니다.
 반갑지 않음  
조회: 316 , 2020-06-23 13:01


1.
엊저녁, 동네 친구인 세주한테서 맥주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이미 대충 저녁을 때웠고,
집에 가서는 곧장 운동장에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는 어쩐 일인지 낮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던 것이었고,
내키지 않아서 거절하거나 귀찮아서 무시한 참이었다.

집앞에서 세주랑 맥주를 마실 때면 가끔 가는 닭강정 집이 있다.
진열장에는 타월을 두르고 있는 미소녀 피규어가 몇 개 있는데,
군복무 중인 아드님 물건이라고 했다.
어제는 영업을 안 해서 다른 집으로 가야 했다.


2.
오늘 아침, 어제 받은 연락들을 생각하며 통화 내역을 열어 보았다.
스타트업 한답시고, 대학원 다닌답시고 사람들에게 소홀한지 오래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어느 밤에는 33건의 착신 기록이 찍혀 있다.
차단한 번호로부터의 착신 기록도 내역에 남는다는 것은
이미 몇 달 전에 안 사실이다.

안 그래도 어젯밤에 세주가 이 친구를 물어봤을 때 한 얘기가 있다.
'걘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려면 술 아예 끊어야 돼. 취했다 하면 계속 전화해서 사람 힘들게 하고, 그러면서 술 조절은 못하겠다고 하고. 민폐인 걸 본인도 알면서 조절 못하겠으면 술을 아예 끊어야지. 근데 끊질 못하더라고. 걘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난 몇 번 기회를 줬는데도 걘 나랑 술 중에 술을 선택한 거라고 봐. 그냥 앞뒤 다 자르고 후려쳐서 말하면.'
아마 이런 얘기.
이 정도면 나 아는 사람은 내 목소리가 뇌내재생되지 않을까.
어쩌자고 이런 얘기를 쓰고 있자니 참 재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