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쯤,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난 어머니께 국밥을 먹고 싶다고 졸라댔지만,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내가 하도 졸라대니 <콩나물 국>에 <밥>을 말아 콩나물 국 밥(?)을 해준다고 했는데, 원래는 대패 삼겹살을 해주려고 했다는 말에 난 국밥은 아무래도 괜찮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ㅋㅋ
그렇게 대패 삼겹살을 '구워' 먹는가 했더니...
엄마는 숙주(콩나물이랑 비슷하게 생긴 나물), 마늘, 파 등과 함께 굴 소스와 간장, 맛술, 후추, 깨소금을 넣고 볶아 만드는 <대패 삼겹살 숙주 볶음>을 해준다고 하셨다.
생전 처음 듣는 레시피.
게다가 난 전형적인 보수적 입맛이었기에 구워먹는걸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극구 반대했고, 무릎을 꿇고 빌기도 했다.
그러나 곧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종종 고기 볶는 걸 도와주면서 10분 정도 지나니, 요리가 완성 되었다.
냄새와 비주얼은 합격,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반신반의한 채로 그릇에 담아서 한 입 먹자, 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 가단조 310번이 울려 퍼졌다.
단순히 구워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던 것이다.
그 후 한 번 더 떠와서 두 그릇 가량을 먹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역시,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 재밌는 것 아니겠나?
이번 요리는 내 보수적인 입맛을 고쳐먹게 되는 큰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