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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밥
 2021.10.08.금요일   .
조회: 1062 , 2021-10-08 14:43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뭐에요? 흔히 면접관들은 지원자에게 이런 유의 질문을 하곤 한다. 앞도적인 우위를 점한 사람이 으레 형식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나는 굉장히 무례하고 잔인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점이라고 하면은 아주 무겁고 말하기 민감한 주제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질문을 내던지는 면접관들의 시도 자체가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원하는 지원자들의 진솔한 답변은 절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은 적당히 꾸며내고 준비한 답변을 대답한다. 처음 보는 남에게 맘 놓고 떠들 만큼 가벼운 문제였더라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대개 그런 문제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한 법이다.

     

이유모를 우울이 찾아온다. 무기력해지고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하지만 쉴 수는 없다. 긴 휴식조차 이 상황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들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 나를 더욱 나락으로 끌어내릴 뿐이다. 그럴 때는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내 앞은 길이 놓인 반면 옆에는 나무가 심겨져 있다. 잔디가 깔려있다. 연한 초록잎을 눈으로 쓰다듬어본다.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어본다. 바람에 나뭇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신경쓰지 않으면 모른다. 그 소리는 집중을 해야만 들리는 소리다. 손바닥을 펼쳐본다. 시원한 바람이 손을 맞잡아준다. 그렇게 주위를 환기시킨다. 그러면 어느새 이유없는 우울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다. 물론 그렇다고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나아갈 힘 정도는 생긴다. 즐거운 날도 분명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