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영영영
 16번째 일기   일기
조회: 75 , 2024-08-16 01:42
또 여러 일이 있었다
내가 외박을 한 날 엄마와 아빠가 크게 다퉜다
외로웠던 엄마가 술을 먹고 아빠에게 폭언을 했고
아빠는 그게 억울했다지만 평소 행실이 매우 좋지 않았다

엄마에게 왜 평소에 그런 얘길 하지 않고 술을 먹으면 하냐고 했더니
그러게 말이다 평소엔 그런 말도 안 나오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슬퍼했다

엄마는 술을 먹으면 꼭 밖에 나가는 위험한 버릇이 있는데
그날도 그런 줄 알았건만 그냥 공원을 돌고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가부장적인 아빠랑 살면서 주말엔 얼마나 외로웠을지
우리 지역에서 알아주는 말괄량이였고 여장부였던 엄마가
아빠와 함께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부러워하게 됐을지
이혼하고 살 때는 악착같았던 엄마가 아빠와 살면서 식모처럼 지내는 게
싸우기 싫어 싫은 소리도 안하고 참다가 하는 게 밤중에 공원 돌기 라는 게

일주일 가까이 아빠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아빠가 싫었고 모든 원흉이 아빠 같아서 분했다
모든 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아빠를 원망했고 혐오했다

생각해보면 무책임하게 우리를 만들었고 그 사치벽과 자격지심으로 가정 파탄에 한 몫 해놓고
내 유년 시절 엄마에겐 양육비 한 푼도 주지 않았던 사람인데
다 커서야 아빠 흉내 내려고 하는 사람인데 내가 왜 존중해야 하지
결국 모든 게 엄마 돈이고 엄마 등골 빨아 먹고 있는 사람을 내가 왜 사랑해야 하지
글을 쓰는 지금도 그런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 대체 뭐길래......
물과 기름이 섞이는 것처럼 엄마와 아빠는 애매하게 말을 섞기 시작했고
엄마와 아빠의 냉전이 종료되면서 나와의 싸움도 종전되었다

난 아빠가 나를 좋아하는지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우리집에서 날 제일 좋아하고 내게만 어화둥둥 공주님처럼 대해주지만
결국은 내가 제일 마음이 약하고 만만해서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취미생활 즐길 돈은 있으면서 딸 결혼 자금으로 모으는 몇 백만원을 몇 달 째 안 주지 않겠지
내가 싫은 소리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그러는 거겠지

그래서 난 가끔 무섭다
어린 시절 부친의 부재를 경험한 여자중에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남자가 한번 다정하게 해주고 잘해주면 넘어가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두렵다
내가 결혼 생활에 실패한다면 그건 8할 이상 아빠 잘못일 거야
날 바보 천치로 만들었으니까

불안하다
내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내 남자가 가끔 아빠같은 모습을 보일 때 마음이 철렁한다
아빠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러면 그럴 수록 남성이란 존재를 멀리하고 싶어진다

난 아이 생각은 아직 없지만
아들이 생긴다면 필시 제대로 된 인간으로 키울거다
여자 아이가 생긴다면 더더욱
나같이 미성숙한 인간을 만들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