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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려줘.
    미정
조회: 1158 , 2001-12-30 03:23
한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한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고 한다.
여자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어떻게 알죠?"
남자는 상심하여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겠소?"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쌀쌀맞게 대답했다.
"백일 동안 매일 밤 내창가에 와서 나를 지켜본다면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겠어요."
남자는 그날 저녁부터 의자를 들고 와 그녀의 창문이 바라보이는 곳에 앉았다.
별이 떠오르고 밤이슬이 내리고.... 아침이 되자 남자는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갔다.
때로 비가 내리는 밤이 있었다.
때로 바람이 부는 밤이 있었다.
때로 살을 에는 듯 추위가 엄습해오는 밤도 있었다.
어느 밤에는 여자의 방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어느 밤엔 일찍 불이꺼지고, 어느 밤엔 새벽이 될 때까지 무도회가 열렸다.
때로 여자가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다 무심코 커튼을 젖히고 내려다본 창 밖에 남자는 있었다.
때로 깊은 밤 어지러운 꿈에 쫓겨 잠이 깼을 때도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여자는 생각했다. 저러다 곧 그만둘 것이라고.
한 달이 지나자 여자는 생각했다. 정말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두 달이 지나자 여자는 생각했다. 당장 달려나가 남자의 지친 어깨를 감싸주어야 한다고.
석 달이 지나자 여자는 다짐했다. 남자의 사랑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겠노라고.
아흔아홉번째 밤이 깊었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의 창을 올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백번째 밤이 찾아왔다.
여자는 설레는 가슴으로 창을 열었다.
그러나 그곳에 남자는 없었다. 빈 의자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알고 있었으리라. 사랑은 조건을 이룬 후에 그 결과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랑에 어떤 단서를 붙여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닐 터였다.
남자는 그점을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여자가 조건을 내거는 순간 이미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아흔아홉번째 밤까지 여자의 곁에 있었다. 그것은 사랑했던 여자를 위한 마지막 헌사요 희생이었을 것이다. 사랑은 마라톤처럼 긴 거리를 다 달린 후에 비로소 얻어 쓸 수 있는 왕관이 아니라는 점을 여자가 알길 바랐으리라. 그 때문에 아흔아홉 밤을 지새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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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성 폐질환을 앓는 여섯 살짜리 여자 아이가 있었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막상 피를 구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혈액형이 RH-B형이었다. 전국을 수소문해서 혈액을 수집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수술 스케줄은 미뤄지고 아이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었다.
가족의 혈액형을 조사했더니 다행히 초등학교 1학년인 오빠가 같았다. 피를 뽑아야 한다고 하니 아이가 왜냐고 물었다.
"동생이 많이 아프니 네가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니?"
한동안 말이 없던 아이가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동생이 많이 아프냐, 자기가 꼭 도와주어야 하느냐, 자기 피를 주지 않으면 동생은 죽게 되느냐 등을. 그렇다고 했더니 눈물만 뚝뚝 흘릴 뿐 대답이 없었다.
처음엔 피를 뽑는 게 몹시 아플까봐 망설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다고 한참을 타일렀다. 아이가 울먹이며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아이의 헌혈로 수술은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네 덕분에 동생은 살 수 있게 됐단다."
아이가 힘없이 웃더니 물었다.
"그런데, 나는 언제 죽어요?"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동생에게 피를 주었으면 나는 죽을 것 아녜요?"
"그럼...... 너는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생에게 피를 나누어 주었단 말이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지?"
"나는 동생을 사랑해요. 동생이 죽으면 안 되잖아요?"

나도.... 언제쯤 이런 고귀한 사랑을 할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