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려고만 했던 내 자신이 유일하게 맘껏 드러낼수 있는 친구..
술이 친구가 되어간다..
한잔술에 쓴맛을 인상쓰며 받아들이곤 깊은 한숨 내쉬며,
오늘 하루를 또 살았구나 하며 쓴웃음 짓고...
얼토당토 않게 날 들뜨게 하는 그 술이란 친구는
피식피식 삶속의 즐거움도 상기케 해준다..
그러나,이내 내 깊은 속내를 끄집어내는 그 술이란 친구는
날 기어코 엎드려 울게 한다....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 되어져 간거지?하고 물으면..
말없이 유혹해서 또 받아들이게 한다..그 술이란 친구는..
그렇게 울고 웃게 하는 술이란 친구는
이제 나를 옮아매고 있다..
날 밤이면 잠들기 위해 술을 찾게 만드는 꾼으로..
반항하지 않는 나의 손가락은 내가 가진 의식과 상식을 벗어나
서서히 나를 드러내는 메스가 되어있다.
이대로 나를 내보이는거 허용해도 될런지..
울고 싶지 않았다.
작은 위로와 따뜻한 시선에 먼지쌓인 내 가슴이
다시 눈물로 씻겨나갈줄도 몰랐다.
무엇이 나를 움트게 하는건가..
메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샘은 갑자기 홍수난듯 멈추질 않고
짓눌렀던 가슴을 뚫고 흘러나온다.
내일이면 왠지 후련할것 같아..
오랫만에 술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내게 일기란걸 쓰게 만든 용기 네게 있었다고...
한잔술에 한숨 도득이다가
두잔술에 허허 웃음도 지어보다가
석잔술에 이내 내 가슴 후련하게 울게 만들어주는 술..
나는 점점 술꾼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