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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기다림   일기
... 조회: 2048 , 2010-09-18 23:00

늘 버스시간은 내 예상과 빗나간다. 오뎅을 하나 먹고 표를 끊을까 표를 끊고 오뎅을 하나 먹을까...그리곤 어김없이 오뎅을 사먹는다. 그리고 표를 끊으면 버스는 방금 출발했다고들 한다. 다음 시간까지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습관처럼 오른쪽 주머니와 자켓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찾는다. 걸음은 이미 유리문 밖 담배꽁초가 너저분히 늘어져 있는 구석진 곳을 향하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서 있는 군인 녀석 하나가 크게 내뿜는다. 눈을 마주치기가 낯선지 난 고개를 어정쩡하게 떨구고 방금 찾아낸 담배 한가치를 문다. 함께 있어야 할 라이타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에는 왼쪽 주머니를 뒤진다. 가려고 한 구석진 곳으로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라이타를 찾는다. 쬐끄만한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가방을 뒤지고 온주머니를 뒤지다 문든 담배각안에 넣어둔것이 생각난다. 바보같이... 다시 가던 걸음을 재촉한다. 찰칵찰칵 한 번에 켜지지 않는 라이타에 인상을 찌푸리며 왼손으로 바람을 막고 다시 켜본다. 치이익...빨갛게 타들어가며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전투화를 조심스럽게 모으고 왼손은 주머니에 넣을까 말까 하는 이등병 녀석은 나를 경계하듯 휴가 나오기 전 신경써서 줄을 잡아가며 다렸던 군복이 이내 챙피한지 다 태우지도 못한 담배를 끄고 뚜걱뚜걱 소리를 내며 자리를 옮긴다.담배를 반쯤 피워갈 무렵 또 한 녀석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남색 점퍼에 쉰내가 찌든 50대 중반의 아저씨다. 왼쪽 가슴엔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려주는 하얀색 오바로크가 박혀있다. 어쩌면 이미 문을 닫았을지도 모르는 공장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헝클어진 기름진 회색빛 머리카락과 어울리지 않는 남방과 니트티 굵은 골덴이 들어간 갈색 바지...나를 힐긋 힐긋 쳐다보더니 익숙한 기침을 몇 번 해대곤 자리를 뜬다. 그 사람의 시야에서 내가 지나칠 때쯤 나를 다시 한번 힐긋 흘긴다. 내 담배도 이내 필터 바로 앞까지 타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시 담배 한가치를 빼어 아직 꺼지지 않는 꽁초의 빨간 불씨에 불을 당겨 연기를 내뿜는다.


25분이 남았다...

억지웃음   10.09.19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같은 기다림라고 해도 순간의 다름은 존재하니까요
그래도 재미는 있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