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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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28
시의 뿌리 1
- 조병화 -
부 제 목 시와 산문집 {그리다 만 초상화}(1997. 지혜네) 153편에 이어서
시인詩人은 자기 시詩의 발견發見을 위해서 살고,
참된 인간人間은 자아自我의 발견을 위해서 산다.
시의 뿌리 2
자기 이름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자기 이름에게 빛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의 생애이다.
시의 뿌리 3
명예名譽는 숭고한 기쁨이지만, 맑은 물처럼 고독하다.
시의 뿌리 4
어느 경기에도 승부가 있지만 인생엔 승부가 없다.
다만 기쁨과 슬픔이 있을 뿐이다.
시의 뿌리 5
나는 내 삶을 수시로 확인하기 위하여,
죽음과 그 이별의 시를 많이 써 왔다.
시의 뿌리 6
나의 작업실은 나와 내가 싸우는 아늑한 고독의 도장이다.
시의 뿌리 7
시인詩人은 스스로, 스스로의 종교宗敎를 만들어서
그 종교를 산다.
시의 뿌리 8
시詩는 살아가는 데 식량은 되지 못해도
죽어가는 데 그 위안은 된다.
시의 뿌리 9
시인詩人은 왕왕 자기만을 생각하며, 자기만을 사랑한다. 이러한 자만심이 큰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시의 뿌리 10
시인詩人은 자기 성城 안에서, 성주城主처럼 살아간다.
때문에 그 성외城外 사람에겐 늘 낯설다.
시의 뿌리 11
시인詩人은 필요 이상의 자존심을 갖는다.
그것이 운명적인 소외와 고독이다.
23.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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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16
개구리의 명상 16
- 조병화 -
사랑하며 배우며 가르치며
비바람 심한 이 거센 세월을, 서로
잠시 비켜서 쉬어가기 위하여
외로움, 즐거움, 그리움,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가옵니다.
살아가면서 사랑이 서로를 갖고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짙어지면, 서로 괴로워지니
서로 갖고 싶은 마음 애달프게 쓸쓸해지면
마음 아파도 그저 빙그레 웃으시오
사랑은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 살아가면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이 외로워지면 질투하는 마음으로 어두워지고
질투하는 마음이 고이거든
마음 공허하더라도 숨어서 혼자 울으시오
사랑은 질투가 아니기 때문에
아, 살아가면서 서로가 한없이 사랑이 뜨거워지면
서로 소유하고 싶은 마음, 질투하는 마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잠시도 견디기 어려운 마음,
어찌 생기지 아니하리오만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고
한없이 곱고 뜨거운 그리움이어서
그리운 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그저 그만큼 그리움으로 숨어서 우는 일이옵니다.
22.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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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14
인생은
- 조병화 -
인생은 생명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그리움은 뜨거운 사랑이며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인 것을
하늘은 영원한 것이며
영원은 항상 고독한 것을
아, 그와도 같이 인생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황홀한 희열이며
아름다운 적막인 것을
21.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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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13
꿈
- 조병화 -
우주는 허망한 광맥
너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보석
보이지 않는 빛으로 나를 이끈다.
20.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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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1:12
너의 사랑은
- 조병화 -
하늘에서 밤마다 무수히
반짝이고 있는 별들이 제각기, 제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나무 줄기에서 무수히 피어나 있는
꽃송이들이 제각기 제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바람 부는 넓은 들판에서 무수히
생글생글 고개 흔들며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이
제각기, 제자리 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이 세상 만물들이 태어나서부터
제각기, 자기가 태어난 자리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듯이
아, 그렇게
너의 사랑은 이 어두운 우주에서
너만이 간직하고 있는 절대적인 빛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