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지난 이야기
  hit : 2789 , 2013-06-21 21:41 (금)

 이렇게 살꺼라면 왜 결혼했어요?
 그러게..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뭔가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구나, 싶었다. 
 
 지금 당신이랑 그때의 내가 같아요.
 음?
 하루하루 똑같고, 똑같은 일상. 쳇바퀴 돌듯 변하는것도 없고.
 ...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고 일하고 밥먹고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 잠들고.
 그런데?
 무기력해진거지. 지겹기도 하고. 떠나고 싶고 변화도 주고싶고.
 그래서?
 일에 지쳤었어요. 그냥 그때 휴가내고 떠났으면 좋았는데, 안정감있게 그냥 결혼이나 해야겠다! 한거지.
 근데 옆에 지금 남편이 있었고?
 응. 성실하게 일하고 있던 지금의 내 남편. 
 


 제일 안 좋은 케이스 아닌가.
 그렇다고들 말을 하더라구.
 
 맥주를 들이킨다.
 씁쓸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 묘한 슬픔이 보인다.
 
 외롭더라구. 결혼을 해도..
 좋아서 한게 아니니까.
 응. 죽도록 사랑해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해서 결혼한게 아니니까.
 하긴.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해도 헤어지는 부부들도 많더이다.
 그렇지. 그런데 날 봐. 좋겠냐고..
 ...
 처음엔 좋았어.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것도, 아침 도시락을 싸는 것도.
 ...
 그러다 아이를 가졌지. 예쁜 아이였어. 또 아이를 가졌어. 연년생이었지.
 정말?
 응.. 1년에 하나씩 출산한다는게 얼마나 여자 몸에 무리가 가는줄 알아?
 ... 그렇군.
 남자들은 몰라. 욕정이 솟으면 해소를 해야되는것만 알고, 와이프가 그 대상이지. 
돈을 주지 않아도 되고, 실수했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면 가질 수 있는 상대니까.
 ...
 둘째를 임신하고서 내가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했을때, 그때부터였어. 내 남편과 내가 각방을 쓴게.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그사람은 날 안아준 적이 없지. 
 말도 안돼.. 남자들은 아니라고 하던데.. 오십,육십 먹어두 남자는 남자다, 라고..
 그렇지? 어디가서 풀겠지. 신경 안 써, 나도 더이상. 
 그래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내 하루가 어떤지, 전혀 관심없어.
 ..
 그래서 내가 외로워. 사랑? 섹스? 그런건 둘째, 셋째 문제야. 
 그냥 외로운거, 사람이 필요한거, 관심이 필요한거군요?
 응.. 나는 내 경력과 내 커리어를 다 버렸어. 물론 병신같은 짓이었지. 후회해. 남편은 버린것도 잃은 것도 없는 것 같아. 오히려 승진을 했고, 더 잘 나가지. 능력있다고. 인정해, 가정이 있으니까 어깨가 무겁다는 것도, 책임감때문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인정해. 
 

 그렇게 같이 살기 싫고, 항상 외롭고 그런데.. 이혼은 생각 안 해봤어요?
 나. 능력없어, 이혼해서 아이들 키우면서 살 능력. 
 남편분한테 양육해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
 내가 열달을 품고 내 배 아파서 낳은 새끼들인데, 양육권을 포기하는건.. 두고두고 더 후회할 것 같아서. 더이상 내가 후회하는 일은 만들고싶지 않아서.
 그래서 애들때문에 산다는 말을 하는거군요.
 생각보다 그런 부부들이 많아. 
 쇼윈도부부.. 맞죠?
 응. 그러다 그가 눈에 들어왔어.
 



 그녀보다 5살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미혼. 
 눈매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날렵하면서도 장난끼가 가득한 눈매. 
 그리고 하얗고 예쁜 손도.
 어쩌다 술을 한잔씩 하면 풀어지는 눈빛도. 
 피곤할때 투정부리는 목소리도. 

 처음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단다. 
 어쩔 수 없이 나간 술자리에서 자신을, 자신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사람의 눈빛에
 홀렸단다, 거짓말처럼.
 눈동자가 너무 까맣고 커서, 빠져들었단다. 눈을 떼지 못했단다.
 그러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서로의 생활 속에 조금씩 조금씩 영향을 주게 되었단다.
 그사람의 생활 속에도 그녀가 있었고
 그녀의 생활 속에도 그가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물론 외롭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두고 다른이를 만나는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그 자체만 바라보고 인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유부녀와 미혼남자.
 법 테두리에서 어쩔 수 없는것이지만,
 그들은 어쩌면, 서로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그렇게 마음을 주고 받고 있는거라고.
 그렇게해서라도 그녀가 덜 아프고, 덜 슬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렇게해서라도 웃음을 찾길 바라는 마음. 

 그것뿐이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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