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목적을 놓치지 않는 것,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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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사실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생각 저 생각이 둥둥 떠다녀서 조금 복잡할 정도다. 원래 선택을 어려워하는 성격이긴 하다. 계획에 약간 강박을 느끼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들은 이런 생각들이다, 하고 정리를 좀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된다. 사실 사는 대로 살아지겠지만, 자꾸만 생각이 복잡하게 꼬인다. 뭐를 몇 년 동안 하고 뭐를 몇 년 동안 해서 뭐를 뭐를 해야겠다, 하는 뭐 그런 계획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차지해서 약간은 괴롭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게 딱딱 살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 뭐, 중학생 때까지는 의무교육이니까,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공부도 하고,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대학교는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이 곳에 왔다. '어떻게 배우느냐' 와 '무엇을 배우느냐' 중에서 선택한 결과였다. 그리고 한 학기 조금 넘게, 기계적으로 학교를 다닌 것 같다.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대외활동도 안 하고. 그러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태국에 가게 되었다. 하루도 안 된 고민 기간에 내린 결정.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해보지 뭐,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 일이 뭔가 내 인생에 이러한 영향을 주겠다, 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경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 . 무슨 일을 할 때 그게 내 의도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저 그 순간 내린 결정이 나를 이끄는 대로 흘러갈 뿐. 마치 우주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 지, 눈으로 점 찍어두기는 하지만 지구에서 처럼 내가 원하는 길을 따라 그 곳으로 갈 수는 없다. 다만 계속해서 그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몸을 틀어줄 뿐. 한 번 틀어주면 또 한참을 그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다시 궤도를 벗어날 것 같으면 다시 한 번 목적지를 향해 몸을 틀어주고, 계속해서 그렇게 궤도 수정을 해가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목적지를 미리 정해놓을 지언정 길까지 미리 정해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목적지만 분명하면 된다. 내 몸이 어디로 흘러갈 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 마찬가지다. 살아온 날들이 얼마 되지 않고 선택해본 일이 몇 번 없어서 삶을 꾸리는 데에 서툴기만 한 지금,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 나는 알 수 없다. 백날 천날, 죽어라 고민해도 나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목적지를 분명하게 바라보면서. 그 곳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가기만 하면 된다. 과정까지 내가 완벽하게 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궤도는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 . 지금의 내 꿈은 성폭행 생존자로서 행복해지는 것이며,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존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일이 가장 하고 싶다. 그러면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함께 할 사람을 찾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모른다. 그 다음은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다. 지금 이 시기, 내 삶의 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변해갈 지 알 수 없고 언제까지 이 주제로 살아갈 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주제는, 바로 '치유'인 것이다. . . 다른 선택은 나중에 해야겠다. 잘 모르겠으니까. 포기한 것들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리고 지금의 선택은, 내 마음이 지시하는 방향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이 흘러가는 곳, '해야 하지 않을까' '해둬야 하지 않을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곳이 아니라,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 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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