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목적을 놓치지 않는 것,   trois.
  hit : 2651 , 2013-12-22 21:06 (일)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사실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생각 저 생각이 둥둥 떠다녀서 조금 복잡할 정도다.
원래 선택을 어려워하는 성격이긴 하다.
계획에 약간 강박을 느끼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들은 이런 생각들이다,
하고 정리를 좀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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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된다.
사실 사는 대로 살아지겠지만,
자꾸만 생각이 복잡하게 꼬인다.

뭐를 몇 년 동안 하고 뭐를 몇 년 동안 해서
뭐를 뭐를 해야겠다,
하는 뭐 그런 계획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차지해서
약간은 괴롭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게 딱딱 살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

뭐,
중학생 때까지는 의무교육이니까,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공부도 하고,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대학교는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이 곳에 왔다.

'어떻게 배우느냐'
와 '무엇을 배우느냐' 중에서 선택한 결과였다.

그리고 한 학기 조금 넘게,
기계적으로 학교를 다닌 것 같다.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대외활동도 안 하고.

그러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태국에 가게 되었다.
하루도 안 된 고민 기간에 내린 결정.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해보지 뭐,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 일이 뭔가 내 인생에 이러한 영향을 주겠다,
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경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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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할 때
그게 내 의도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저 그 순간 내린 결정이 
나를 이끄는 대로 흘러갈 뿐.

마치 우주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 지, 눈으로 점 찍어두기는 하지만
지구에서 처럼 내가 원하는 길을 따라 그 곳으로 갈 수는 없다.
다만 계속해서 그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몸을 틀어줄 뿐.

한 번 틀어주면 또 한참을 그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다시 궤도를 벗어날 것 같으면 
다시 한 번 목적지를 향해 몸을 틀어주고,
계속해서 그렇게 궤도 수정을 해가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목적지를 미리 정해놓을 지언정
길까지 미리 정해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목적지만 분명하면 된다.
내 몸이 어디로 흘러갈 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


마찬가지다.
살아온 날들이 얼마 되지 않고
선택해본 일이 몇 번 없어서
삶을 꾸리는 데에 서툴기만 한 지금,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
나는 알 수 없다.
백날 천날, 죽어라 고민해도 나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목적지를 분명하게 바라보면서.
그 곳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가기만 하면 된다.
과정까지 내가 완벽하게 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궤도는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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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꿈은 
성폭행 생존자로서 행복해지는 것이며,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존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일이 가장 하고 싶다.
그러면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함께 할 사람을 찾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모른다.
그 다음은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다.
지금 이 시기, 
내 삶의 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변해갈 지 알 수 없고
언제까지 이 주제로 살아갈 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주제는, 
바로 '치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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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택은 나중에 해야겠다.
잘 모르겠으니까.
포기한 것들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리고 지금의 선택은,
내 마음이 지시하는 방향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이 흘러가는 곳,

'해야 하지 않을까'
'해둬야 하지 않을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곳이 아니라,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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