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월 18일자로 직장생활 22년째니 많이 선배죠?
처음 입사했을때의 두려움도 생각나고 리브라님의 일기를 참 좋아해서 (어찌보면, 리브라님을 이뻐해서 ㅎㅎㅎ) 자꾸 긴 댓글을 달게 되네요. ===========================================================================================
음~~~ 회사를 판단하기에 3개월은 좀 짧아요.
3개월은 수습기간일뿐이고, 일솜씨가 아니라, 인성이 아주 조금 드러날 뿐입니다. 회사도, 개인도 서로를 판단할 수 없는 기간이에요.
누구나 조직에 적응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린답니다. 회사의 모든 업무가 1년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업계획 작성, 업무분장, 주별,월별, 분기별 활동, 그리고 인사고과까지.. 1년은 지나야만 의미없이 했던 일들이 전체 맥락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되지요.
그러니, 절대 다급해하지 마세요. 지금 아주 잘하고 있는거구, 아주 정상적입니다
리브라님이 1년후에 회사 그만 두신다면, 충분히 고민했을테니 OK 입니다. 그렇지만, 3개월은 많이 성급한거 같아요.
자신도 하지 못하는 일을 시키는 선배들은 어느 조직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죠 그런데, 그런 업무를 해내면서 조직의 <핵심인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위로할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기회입니다 ("핵심인재가 된다는게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죠.)
능력에 부치는 일은 맡았는데, 도와줄 사람도 없을때..정말 많이 외롭답니다. 날밤은 세고 있는데, 보고할 시간은 다가오고, 진도는 거의 못나갔고.....
그렇지만, 그런 상황은 리브라님만 격는 일이 아니고, 저를 포함하여 전국의 모든 샐러리맨들이 일상적으로 격는 일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힘내세요
어른들이 자주 <남의 돈 먹기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실감이 되신다면, 이제 리브라님은 학생이 아니고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신 겁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라는 제목의 시집이 있지요. 저는 제목의 의미를 정확히 알거 같아요
아는 사람에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할때의 그 경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으로 변할때의 그 경계. 호스피스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그 경계.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할때의 그 경계.
그 경계에서 사람은 진정으로 성장하는듯 합니다. 마치 대나무의 마디처럼 말이죠.
먼후일, 리브라님이 직장 생활을 돌아보신다면 입사후 1년후동안 얼마나 폭팔적으로 성장했는지 알게 되실거구, 경계에서 느끼는 기쁨, 다짐, 두려움, 고통, 고민이 꽃처럼 느껴지리라 믿어요. 사실 생의 정수들이죠..
경계에 선 리브라님의 건투를 빌며, 지금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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