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지난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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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창 밖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햇볕이 좋은 날이면 밖으로 나가서 잠시 걷거나. 주말의 일상은 조금 다르다. 당신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은 후 1시 반정도 항상 만난다. 나는 늘 먼저 나와서 카페에 앉아 책을 본다. 늦은 아침을 먹기때문에 점심은 생략하는데, 카페 주인 승아가 꼭 주전부리를 준다. 어제도, 승아는 내게 주문하지 않은 우유와 사과 하나를 깍아 내어왔다. 고마워-하고 말하며 우유는 한모금만.. 그리고 깍은 사과를 앉은 자리에서 아삭아삭 먹었다. 한참 책을 읽는데 당신이 나타난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보러 나섰다. [나를 찾아줘] 벤 에플렉과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 벤 에플렉도 좋아하지만 로자먼드도 좋아한다. 아.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를 정도로, 영화에 집중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영화랄까. 음. 이렇게 집중해서 푹 빠져든 영화는. 늦은 오후에 물고기들이 먹이활동을 시작한다며, 근처 강가로 나간다. 오늘은 한마리 꼭 잡아야 체면이 서는데. 라며 당신이 웃는다. 힘껏 낚시대를 던지고 감고 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어어.. 하는 소리에 놀라 일어섰더니 그새 놓쳤다며 울상이다. 한 시간 가량 강가에 앉아 바람을 쐬고 볕을 쬐며 당신이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어느새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고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어둑어둑해지자 무언가가 날아다닌다. 어? 저거 뭐야?! 저거? 박쥐잖아. 박쥐???? 그럼 저렇게 큰게 나방이겠냐. 세상에. 박쥐라니. 어둑어둑해지는 그 무렵, 박쥐들이 나타나 날아다닌다.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날아다니는 박쥐들을 보니 당신은 마구 웃는다. 예전엔 박쥐 많았는데, 처음 봐? 응. 박쥐라니, 동화책에나 아니면 박물관, 아니면 천년묵은 동굴, 이런데 사는거 아냐? 숲에도 살고, 동굴에도 살고, 민가 근처에도 살지. 진짜 처음 봐? 왜이래, 나 도시여자야. 차도녀 몰라? 야맹증이 있는 나는 강가를 휘청휘청 걸으며 강둑을 올라간다. 당신은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고. 낚시하는 동안, 노을지는 하늘을 사진찍었더니 당신이 감탄한다. 곧 나를 안는다. 왜? 라며 묻자 당신은 나지막히 말한다. 좋아서.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풉-하고 웃으니 당신도 따라 웃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 우리 둘은 그렇게 만났고 또 사랑하며 지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내 마음으로, 온전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해서,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당신을 놓아버리는 멍청한 짓은 저지르지 말아야지. 적어도, 당신이 나를 놓지 않는 것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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