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LEE JH   지난 이야기
  hit : 2847 , 2014-10-14 09:43 (화)
 
 아침 운동을 다녀왔어요.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통에 우체통을 보지 못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내 집 우체통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편지를 봤어요.

 이 세 줄을 쓰고, 음악을 바꿨습니다. 
 우에노 미키 - Love generation 이라는 피아노 곡이에요.
 요즘 짬이 날때마다 이 곡을 듣고 있어요.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답니다.
 (원래는 헤어지던 날, 바로 오늘- 이라는 곡이었는데 너무 마음이 어지러워..^^)
 
 아무튼 돌아와서 찬찬히 봉투에 담긴 당신의 글씨들을 보았어요.
 어쩜 이렇게 예쁜가요..
 당신의 마음처럼, 당신의 손길처럼 너무 정결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풀로 붙인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냈습니다.

 당신의 말들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나는 괜찮았는데, 분명 괜찮았다고 믿었는데
 당신의 이야기에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루 하루, 그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씩 바뀌는 마음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동 발만 구르고 있는 하루입니다.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 일을 하다가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파트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그러면 다시 생각에 잠겨요.
 나는 괜찮은가. 
 기분이 좋은 날이면, 나는 괜찮다고, 웃고 또 이제 다 나을거야, 하며 희망을 갖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삶이고 뭐고, 나의 그사람이든, 내 가족이든 뭐든 다 버리고
 그냥 가만히 골방에 틀어박혀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없이 합니다.
 
 사실 하루에 한,두번쯤은 그런 생각 하는 것 같아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목놓아 엉엉-울어버리는 시간들도 많고.
 이 시간마저 아깝다며 뭐든 하려고 책상 위에 늘여놓고.
 가보지 못한 곳에 가야겠다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꿈꾸며..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책을 읽고.
 내가 살아온 (얼마 살지 않았지만) 걸어온 시간들을 되짚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후회하는 것들이 많아요.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고, 내가 잠시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면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지, 내가 잘 컨트롤할 수 있도록.
 근데 아니었나봐요. 
 결국 다 사라질 걸, 나는 왜 욕심부리고 가지려고 더 애를 쓰고, 놓지못해 안달이었던 걸까요.
 내가 이렇게 사라질 것을,
 나는 왜 태어났을까요, 난 왜 이 세상에 이렇게 .. 내버려지고 이렇게 또 놓지못해 버티고 버티며 살아있는걸까요.
 
 
 잘, 지내셨어요?
 간간이 올라오는 일기라도 읽었다면 조금 덜 걱정했을텐데.
 사실, 많이 걱정했어요. 편지를 보냈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오겠지,하며 답장을 기다린 것도 사실이구요.
 나와 생활이 달라,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것도 이해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메세지라도 보내볼까, 카톡이라도 남겨볼까, 하다가
 당신의 팍팍한 생활에, 나 마저 더 팍팍하게 할 수 없다고..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냈어요.
 주변 학교의 시험기간 이야기에
 아, 당신도 시험기간이겠구나.. 야자감독도 하고 있겠구나.. 수업 중이겠구나.. 하면서요.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다시 또 가을에서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해요.
 그곳은 더 많이, 이 곳보다 춥겠죠?
 
 

 내 지난 날들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거울을 보지 못하는 시간들과
 점점 나약해져가고 변해가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거울을 보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만 가는데
 오늘은 한참 거울을 들여다봤어요.
 생각보다 많이 하얀 피부를 가졌는데,
 화장하지 않아도 괜찮을만큼 피부는 자신있었는데 하하..
 이젠 어떻게든 화장으로 가리려 애를 써요.
 머리 숱도 많이 줄어들어서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매일 감을때마다 후두둑 떨어지고, 또 빠지면서 두피가 아픈 줄도 모르겠고
 그냥, 그냥 힘없이 스르륵 수십가닥씩 흘러내려요.
 내가 지나간 자리엔 정말 머리카락만 남는듯.

 그사람과 집에서 영화를 보고 과일을 꺼내온다며 일어났는데
 그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말했겠지만
 "당신, 머리카락 왜이렇게 빠져?" 라는 말에 멈칫하고 말았죠.
 애써 웃으며 암환자잖아.. 라고 했는데 내 말에 또 그사람이 멈칫거렸죠.
 
 그래요.
 나는 그사람과 생각지도 않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지내고 있어요.
 전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잊고 있다가 , 오히려 잊고 있는것이 더 좋은건데도,
 한번씩 그렇게 아파요.
 쿡- 하며 내 가슴을 찔러요.
 
 아픈 것으로 인해 자격지심도 생겼지만,
 그것때문에 또 응석과 어리광도 늘었나봐요. 조금은 날 더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
 이해하겠어요?
 난 아프니까, 나 환자니까, 좀 더 챙겨줘, 좀 더 관심갖고 지켜줘.. 라는.
 
 자꾸 눈물이 흘러내려, 모니터가 잘 안보이네요.
 

 웃기게도,
 나는 지금껏 로맨스소설이나 로맨스 영화는 전혀 보지 않았어요.
 그사람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였나, 그 영화를 엄청 슬프게 봤다고 하던데.
 나는 그 영화조차 보지 않았죠.
 그런데 요즘 나는 그런 것들에게 손이 가요.
 행복하고 싶은가봐.
 응. 맞아요, 행복하고 싶어요. 적어도 그사람과는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데
 나 여자주인공일텐데, 여자주인공이 아프거나 죽어버리면
 그건 해피엔딩 아니잖아. 그쵸?
 
 [헤이즐]에서도 분명 헤이즐 그레이스와 어거스트는 행복했어요.
 그들도 암환자였고, 그 와중에 예쁜 사랑을 했어요.
 OK 이라고. 다 괜찮고, 다 좋다고.
 그런데 헤이즐이 남겨졌죠.
 Birdy 의 Not about angels 음악이 나오고
 어거스트의 남겨진 편지와 울고있는 헤이즐이 나오죠.
 나는 ...
 분명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는데.
 나도 헤이즐처럼 수류탄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그사람을 놓고싶기도 하구요.
 내가, 살 수있을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행여나 죽을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쓰면서 울었더니 조금 나아졌어요.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한다면, 나머지는 그사람의 선택이라고.
 나는, 그냥 사랑하는 것뿐이죠. 최선을 다해, 매일매일.
 





 한참을 쓴 것같은데 정작 써내려가며 울고.. 그러느라 뭐라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거기다가,
 요즘 내 글은 보기 싫을 정도라서. 
 정말, 글이라는 건, 또 어떤 음악이든 그림이든.
 사람 마음이 잘 녹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나약해빠진 글이라니.
 일기저장 버튼을 누르고, 다시 읽으면 예전에 썼었던 일기, 그리고 내 글들과
 비교가 되서 지우거나 수정하고 싶겠지만.
 나도 그냥 둘래요.
 
 수정없이, 쉼없이 한번에 써내려간 당신에게 보내는 내 '진심'입니다.
 가감없이 썼어요. 당신에겐 그래야하니까.
 
 안녕,하시길 바라요.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걱정하구요.
 바람이 차요.. 떠나고 싶은 계절 10월에 찐이 드려요...
무아덕회  14.10.14 이글의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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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레  14.10.14 이글의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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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웃음  14.10.14 이글의 답글달기

날씨가 너무 갑자기 추워졌어요. 옷깃 잘 여미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쌀쌀한날씨. 감기조심하세요!

PINK  14.10.14 이글의 답글달기

마음이..아프네요...

secret  14.10.15 이글의 답글달기

;;;;;;;; 시를 쓰신 건가요? 어쩜 이렇게 예쁘지;;;
힘내라는 말이 와닿으시지 않겠지만 저희 엄마도 갑상선암으로 투병하셨던 적이 있어요. 머리가 한웅큼씩 빠지셨는데 다행히 완쾌하셨어요. 항암제가 좀 쎄서 고생을 많이 하시긴 했지요 ㅠㅠ 요즘 비밀의정원 이라는 어른들의 색칠공부가 그 분야 1위라고 하네요. 잠 안올 때 합니다. 슬플 때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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