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아내의 고백 │ 20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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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고 열네 살에 만났는데 일꾼인 줄로만 알고 아저씨 아저씨 부르며 살았어요. 결혼을 하고도 나를 건드리지 않더라고요.. 내가 다칠까봐 그저 자꾸 만지기만 하더라고요. 귀도 만져보고 자꾸 쓰다듬더라고요. 지금은 버릇이 되어가지고요. 내 살이 닿아야 잠을 잔대요... 밥을 해주면 평생 가도 맛 없다는 소리를 안 해요. 맛 없으면 조금만 잡숫고 맛이 좋으면 아주 엄청나게 잡숴요. 그리고는 나 잘 먹었다고... 할아버지가 잘 잡수면 난 그렇게 반가워요. 입던 옷을 불에 태워줘야 입는대요. 죽은 사람이... 지금은 평소에 입던 옷만 태우고 돌아가시면 깨끗한 것들 태워드리려고... 한꺼번에 태워드리면 무거워서 어떡하오. 할아버지는 몰라 겨울 옷인지 여름 옷인지... 할아버지는 몰라요. 내가 다 챙겨줘야 해요. 내가 곧 갈게요. 할아버지 먼저 가서 정리하고 있어요. 내가 금방 못 가거든 할아버지가 데리러 와요. 데리러 오면 내가 할아버지 손잡고 커플 옷으로 새파란 치마를 입고 노란 저고리를 입고 손을 잡고 그렇게 갑시다. 할아버지... 내가 보고 싶더라도 참아야 돼.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도 참는 거야. 할아버지요.. 나는 집으로 가요.. 난 집으로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셔요. 춥더라도 참고... -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中 이별을 앞둔 백발 아내의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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