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지난 이야기
  hit : 2858 , 2015-01-08 15:20 (목)
 1박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계획은 오전에 출발해서 이곳저곳을 다니고, 바람을 쐬고-
 바다도 보고, 그다음날에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당신은 출근을 잠시 했고, 오후 늦게서야 함께 출발했고,
 나는 중간에, 다음에 갈까? 하고 말을 했고.
 물론 시무룩해하는 나를 데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웃으며 출발하는 당신.
 
 사실 어디라도 괜찮았다.
 당신과 내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근사하고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늘 가던 곳이더라도-
 그냥 함께라면 그냥 좋을 것 같았다.

 가까운 경주로 향했고, 안압지 근처를 걷고,
 반월성을 걷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야경을 바라보고
 곰탕 한그릇을 했다.
 밤바다 보러 갈까? 해서 감포로 향했고, 파도소리를 듣고,
 예약도 없이 들어간 펜션에서 하루를 묶었다.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마시겠다며,
 렉돌이 뒷자리에서 잠자고 있던 기네스 병맥을 들고서,
 함께 티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회라도 사올껄 그랬나? 하며 아쉬워하는 당신에게
 안돼, 그만 먹어, 술도 많이 먹고선~ 하고 나무란다.
 
 당신이 씻고, 내가 씻고- 함께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을 꼭 끌어안고, 팔베개를 한 채로 잠이 든다.
 
 새벽에 서너번 깼던 것 같다.
 새소리에 깨고, 파도소리에 깨고, 당신의 뒤척임에 깨고.
 때마다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다 가만히 웃다가 당신의 팔이 아플까
 슬며시 밀어내면, 당신은 이내 나를 찾아서 다시 팔베개를 해준다.
 나지막히, 안아파? 하고 물으면 응.. 더 자- 하고 당신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나는 다시 빙긋 웃고 누웠던 것 같다.



 
 올 한 해도 나때문에 속 많이 상했지.. 함께 해줘서 다행이고, 또 고맙다.
 2015년 새해 인사였다.
 해피 뉴이어~를 외치며 사랑한다는 내게 말하는 당신의 언어.
 



 나는 마지막 방사선치료를 남겨놓고 있다.
 총 8회 진행 중... 다음주만 더 가면, 방사선 치료를 끝난다.
 치료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구토와 멀미같은 메쓰꺼움이 반복된다.
 그리고 저녁부터 치료를 받았던 부위와 그 윗쪽, 목덜미과 턱 주변, 볼까지
 붉은 반점이 생겼다가 두드러기처럼 울긋불긋했다가 가라앉았다가 엉망이 된다.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렇다며, 당신은 수분크림을 바르라고,
 고생했다며 쉬어라고 말한다.


 그래. 내가 이렇게 싸우는 동안,
 당신에 내 곁에 있어서 참말로 다행이다.
 살겠다고, 의지를 다잡게 해줘서. 아직은 아니라고, 도리질 하게 해줘서.






 요즘은, 다시 노래하고싶다.
 작은 무대에라도 서서, 즐겁게 노래하고 싶다.
 전처럼..
 예전엔 사람들이, 내가 노래할때가 제일 행복해보인다고, 그랬었는데.
 그때처럼- 다시 노래하고싶다.

 다시 처박아놓은 기타나 꺼내야겠다.


 
점보자바  15.01.09 이글의 답글달기

다음엔 좋은 연주도 같이 올려주세요 ^^

向月  15.01.09 이글의 답글달기

손가락이 많이 굳었네요. 이젠 타브보는것도 힘들어요.. 피아노 악보도, 까만건 콩나물대가리요, 하얀건 종이로다.... ㅎㅎ

무아덕회  15.01.09 이글의 답글달기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 니체”

向月  15.01.09 이글의 답글달기

아픔없는 삶은 없겠지만, 그래도 견뎌낼만한건- 그 속에 숨어있는 행복, 같은 것 때문이겠죠.
그게 더 가치가 크니까. 그래서 참아지고 견딜 수 있고, 아픈 것들 모두 덮을 수 있으니까.

질주[疾走]  15.01.10 이글의 답글달기

캬~~~ 러브러브♥♥ 히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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