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냄새의 정체   cinq.
  hit : 3845 , 2015-05-12 21:28 (화)


수 년 간 나만의 미스터리였던 콧물 냄새의 정체를 
며칠 전 알아차렸다.
나는 후각이 민감한 편인데, 
가령 버스에서 맡았던 어떤 여자의 강한 화장품 냄새가 
일주일 내내 코끝에서 맴돌곤 하는 식이다.

그래서 냄새가 강하면 잘 맡지 못하기도 하고,
코로 자극이 올라오는 음식은 먹지 못한다.
(와사비, 양파 등)

그래서 그런 지,
나는 감기만 걸리면 콧물 냄새가 나곤 했다.
엄마가 콧물에서 무슨 냄새가 나냐고 했지만,
감기가 걸렸을 때만 나는 특정한 냄새가 있었다.

그 냄새는 내가 콧물을 흘리는 내내 따라다녔다가
감기가 나으면 곧 나지 않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콧물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 거라고 확신했다.

이상한 냄새는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종이 냄새 같기도 하고-
한 번 쓴 수건 냄새 같기도 하고.

뭐 여튼 그런 종류의 냄새가 났다.



그런데 최근에도 콧물이 좀 나서
휴지로 콧물을 닦았는데,
웬걸.


내가 줄곧 맡아왔던 냄새는 휴지 냄새였던 것이다.
휴지로 코를 하도 닦으니 코에서 휴지 냄새가 났던 것이다.
콧물이 나기 시작하자마자 코를 닦기 시작하니 
당연히 감기가 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냄새가 났을 것이고

감기가 나으면 콧물이 나지 않아 휴지로 코를 닦을 일이 없으니
당연히 냄새가 안 났을 것이다.



핫 
뭔가 비밀이 풀린 느낌이다.
그러니까 콧물에는 무슨 냄새가 있는 게 아니었어.
단지 내가 휴지를 코에 꽂고 있었어서
그 냄새가 계속 났던 거야! 



마찬가지로 나는 울 때마다 코에서 무슨 냄새가 나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눈물 냄새'라고 부르곤 했는데
결국엔 똑같이 휴지 냄새였던 것이다.

좀 웃기긴 하지만,
어쨌든 콧물에서는 냄새가 안 난다.
휴지 냄새다:)
콩쓰  15.05.13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ㅎ 이 새벽의 하나님의 일기를 읽고 빵 터졌어요~♥ 저에게 웃음을 선물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사실 냄새를 잘 못 맡아서 아주 강한 향수가 아니면 잘 못 맡아요 선천적인건지 후천적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또 기가 막히게 잘 아는데 왜 그런말 있잖아요 후각이 없으면 맛도 못 느낀다고 ㅎㅎ 아무튼 감사해용 헷~♥

李하나  15.05.19 이글의 답글달기

감사하다니요 읽어주셔서 감사하죠♡ 그렇구나- 그런데 저도 그래요. 냄새는 기가 막히는데 맛은 잘 몰라요!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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