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벌새 - humming bird │ 2015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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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전도어에 적힌 좋은 시를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어이없게도 영화 <아비정전>의 "발없는 새"였다. 故 장국영이 "세상에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어쩌고 하며 우울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아마 "결코 지면에 앉는 일이 없네" 라는 싯구절이 그런 이미지를 환기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는 매우 격정적으로 자기 삶의 자세를 선언하는 시다. 시인은 "결코 지면에 앉지 않는" 치열한 삶을 살 것을 선언하는데, 시인이 원하는 삶은 '꽃가루를 지천으로 묻히"며 사는 삶이다. 아마 그 꽃가루는 자신을 희열에 빠지게 하는 어떤 높은 정신 세계일테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만개의 눈을 크게" 떠야 함을 시인은 안다 당연히 시인이 가고자 하는 길은 지상에 있지 않다. 그 길은 세상의 폭포 위에 있고, 심지어 비바람 천둥, 짙푸른 여름 조차도 날아가는 벌새의 발밑에서 북작거린다 내가 아는, 자기 선언 시중 가장 수일한 시는 조정권의 산정묘지 였다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이라고 선언하는... 조정권 시인이 자기 선언을 위해 얼음을 뒤집어 쓴 산정(山頂)을 불러왔듯이 박미산 시인은 팽팽한 긴장으로 하늘을 가르는 벌새의 이미지를 불러왔는데 그 작업은 매우 성공적이다. 벌새의 이미지에 홀려 검색을 해보니 시인이 왜 벌새에게 매료되었는지 알겠다 브라질에서는 벌새를 '꽃과 입 맞추는 자'라고 한다는데 시인은 그 벌새와 입을 맞췄나보다. 벌새는 1초에 50-80번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젓기 때문에 항상 벌새가 날 때면 윙윙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때문에 벌새를 영어로는 ‘hummingbird’(윙윙대는 새) 라고 부른다. 이 작은 새는 평소에 시속 90 km로 날아다니며, 특별히 밑으로 낙하 할 때는 시속 100 km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벌새가 이렇게 빨리 날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조류학자인 요한 몰튼 박사는 만약 사람이 벌새와 같이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하루에 1300개의 햄버거를 먹어야 하며 심장은 일 분에 1260번 뛰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체온은 385 ℃로 올라가 우리의 몸은 다 타 버리고 말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려져있는 명지대 이웅상 교수의 글 일부 -- 짧은 생을 불같이 살다가는 이 격정적인 새는 고작 1년을 산다. 가둬두면 살지 못한다. 먹잇감으로 잡힌 극한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죽는다. 신비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아메리카 벌새중 몇 종류는 꽃을 찾아 3200㎞를 이주한다. 한 번의 비행으로 멕시코만을 건너 800㎞를 날아간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 작은 새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날 수 있을까? 과학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다. 자유가 구속받지 않았을 때 나오는 불가해한 생명의 힘으로 풀기도 한다. - 한겨레 2009년 01월 02일자, 한겨레 칼럼 유레카 벌새/함석진 글 일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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