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일기   cinq.
  hit : 2352 , 2015-11-21 00:24 (토)


꽤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이번 주 내내 늦게까지 일을 해서
일기를 쓸 여유가 없었다.

오늘은 일 속도가 좀 빨라서 잔업이 9시에 끝나서,
손빨래도 좀 하고,
가계부 정리도 하고
자기 전에 일기장을 켰다.

사실 내내 피곤해서 잔업하고 일찍 마치면
12시 안에 자야지,
하는 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있으니 또 다른 일을 하게 된다.

그래도 오랜만에 일기를 쓰니까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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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출 내역은 손으로 가계부에 작성하는데,
정말 책상에 앉을 시간도 없어서
오며가며 바로바로 정리하려고
네이버 가계부 어플을 다운 받았다.
12월까지만 쓰고 다시 공책으로 돌아가야지.

얼른 다음 달 월급날이 돼서 예산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직 마이너스! 
돈 빌린 여러 사람들에게 다 갚고 나면 다시 플러스가 되겠지.
복병은 치과 치료다.
충치가 몇 개 생겨서 12월 첫째주에 치과 예약을 해놨는데
과연 얼마나 나올지-

이걸로 또 돈 깨지게 생겼다.
돈을 모으는 건 진짜로 진짜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정말 열심히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는데
정작 돈이 안 벌린다.
야간 생산직 하려고 맘 먹었더니
하필이면 겨울에는 야간 생산직 일이 별로 없단다.

여름에 출국하기 전에 한 달 정도 바짝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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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에는 재미를 붙였다.
같이 일하던 언니가 잘렸는데,
다른 곳으로 함께 옮길까 하다가,
나는 정말 돈도 벌어야 하고 더 이상 옮겨다니기도 힘들어서
나 혼자 여기서 계속 일 하기로 했다.
언니에게는 미안해서
그냥 생산직 일을 이제 그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12월까지 물량이 많다니
그 때까지는 이 일을 해야겠다.

처음에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요 며칠 기분이 정말 좋다.

나는 검사 파트에서 일을 하는데
한 테이블 당 5명에서 6명이 앉아 한 팀으로 일을 한다.
우리 테이블에는 고정으로 오래 일하신 두 명의 언니가 있고,
나머지 자리는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이번에도 세 자리가 새로 채워졌는데,
세 명 모두 중국인이다.
그 셋과 친해졌는데,
정말 좋고 재미있다.

오히려 한국인 언니들보다 이 언니, 동생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고 좋을 정도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중 1명은 한국어를 꽤 할 줄 알아서 대화가 가능하고,
또 다른 한 명도 어느 정도 말을 사셔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나머지 한 명은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을 잘 못해서 다른 두 명에게 말해달라고 하는 식으로 대화를 한다.

그래도 같이 있으면 정말 재밌고
다들 여기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 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정도 붙었다.


현장에는 한국 사람보다 중국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할 정도로
중국인이 많다.
그래서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데,
이런 환경이 내게는 정말 정말 즐겁다.

안 그래도 영어를 어느 정도 다졌으니,
중국어를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이었는데,
뜻밖에도 이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중국어를 들었더니
귓가에 중국어가 계속 맴돈다.
물론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외국어 하나를 계속 듣는 게 공부의 시작!
중국어를 배우기에 천혜의 환경이다.
마치 중국에 일 하러 온 것과 비슷한 환경이지 않은가.

물론 그와는 다르게
내가 중국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있지만,
그건 내가 노력하면 된다.
같이 다니는 사람들과 중국어로 대화하려고 좀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중국어 교재를 하나 사서
일 끝나고 조금 조금씩 공부해야겠다.

내년 2월까지 생산직 일을 할 생각인데,
4개월 동안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인들이 정말 말이 빨라서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행 갔을 때,
해외 봉사를 갔을 때의 기분이 나서 정말 신이 난다.

작업 분위기도 좋다.
그 전에 다니던 휴대폰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앉아서 말 한 마디도 못 하고
계속 두 시간씩 똑같은 일만 해야했는데,
여기는 넓은 테이블에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도 하면서 일을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가끔 일을 잘못하면
같이 일 하는 고참 언니가 웃으면서 '따라 나와ㅋㅋㅋㅋ'라고 할 뿐,
따로 관리자나 작업 반장이 와서 일일이 작업 지시를 하지 않는다.
전혀, 
정말 현장에 돌아다니는 과장, 대리라는 사람들한테
일에 대해서 한 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다.

관리자하고 이야기해본 것은 딱 한 번인데
일 끝나고 피곤해하며 손을 씻고 있으니까 
옆에 와서
'힘들죠? 내일은 더 일찍 끝날 거에요...아..아닌가?ㅋㅋㅋㅋ'
라고 하셨었다.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하느라 어깨가 정말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서 출근하는 게 기대가 되고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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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해서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이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아웃소싱 차장님이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매일 사람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오는데,
나를 보더니 
'나는 하나씨를 보면 너무 좋아'
이러면서 방글방글 웃는 것이다.
그래서 '왜요?;' 이랬더니
'너무 열심히 일 해. 성실해. 먹고 싶은 거 있음 문자해요.'
라고 하면서 가셨다.

하루 이틀 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서,
꾸준히 계속 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가보다.

나는 내가 돈 벌려고 일 하는 건데요-
라고 생각하다가도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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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다.
12월 말이 되면 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도록 하자.

내일 또 출근해서 재밌게 일 하고
맛 있는 밥 먹고
중국어 많이 듣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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