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드뎌 군대 면제 받았어요.......   미정
  hit : 2941 , 2001-11-17 19:32 (토)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 사람이 어제 군대 면제받았습니다...

기쁜 맘 한구석에는 영 쓸쓸하네요.......




그 사람과 저의 인연은.. 그 사람의 군대문제랑 참... 인연도 많죠...

신입생 환영제때.. 너무나 맘에 들어버린.. 대학원 다닌다는 선배는..

곧 학사장교로 군대를 갈 사람이었어요..

어린마음에... 처음 사귀는 사람인데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죠.. 후후..

정말 그 사람 덕분에 일학년 때 거의 매일 놀러다녔어요..

그 사람은 저랑 함께할 시간이 적다는 걸 알기에 더 많이 만나주려 했었던거 같아요..

100일이 조금 지났나.. 그 사람은 군대를 갔습니다.. 서로 아무 약속 안하구요...

흔히 말하는 100일 권태기였는지.. 저는 조금은 시원했는데..^^;

그 사람은 100일날 엉엉 울었습니다...................





그런데요... 딱 일주일후에 저희집 앞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왔어요..

크게 다쳐서 나왔나싶어서.. 놀래서 뛰어갔더니.. 세상에... 군대에서 나왔다는군요........

학사장교는 그렇다는군요... 맘에 안들면 나올수가 있다는군요..별로 그러는 사람이 없다지만.. --;

나는 처음부터 100일여간의 만남을 알고 시작했던 터라..

그 다음에는 관계가 어떻해야 하는지.. 어린맘에 꽤나 당황했습니다..

근데.. 진짜루 어렸는지.. 그 사람에게 끌려다니면서.. 별 고민도 못하고 계속 사귀었죠...--;




그 후로는요.. 그 사람을 좋아한게 아니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이 둘의 차이를 모르겠던데.. 사랑하고 나니까.. 아..이게 사랑이구나 싶더군요..

그런데요.. 그 사람은 군대가기가 영 싫었는지..

박사까지 밟기 시작하더군요.. 나중에 방위산업체 5년 근무하면 된다고 하면서...

이상하게 우리과는 이게 쉽게 가능했거든요.. 요즘은 IT에 밀려 그렇지도 않지만...

근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 하고 싶은 공부를 거진 포기하게 되는 셈이었어요..

저도 그 사람의 5년이란 세월이 묶여버리면서..

저는 유학에의 꿈을 접었습니다.. 아버지가 굉장히 섭섭해하셨어요....

뭐..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사람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공부를 좋아했고.. 도전정신이 있었으면.. 더 많이 갈등했을테니깐요..

만약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저는 못갔을 거라고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하니깐요...



근데 그 당시 제가 하두 그 사람의 묶여버린 5년을 원망해서인지..

그 사람 이제 그럴일도 없게 되었습니다..

많이 아파서 군대 면제 받았거든요.. 5급이래요..

혹시 아세요.. 크론병이라고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예요..

나중에는 소장이며 위이며 번질수도 있구요.. 10년이면 장암걸릴 확률도 높아지는 병이예요..

뭐.. 죽는 병은 아니지만.. 평생 약먹고 조심해야하는 만성질환이예요..

평생 재발했다 괜찮아졌다하는 거죠... 당사자는 굉장히 배가 아프대요...

계속 꾸준히 약을 먹어야하고... 재발했을 때 통증도 커서.. 사실상 군대생활이 불가능하죠..



그 사람은 면제받는 병이라는 걸 알고는 겁도없이 검사 몇주전부터 약도 안먹고 그러더니..

결국은 어제 면제받았습니다.. 5급으로요...

그 사람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앞으로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전공 공부를 그만둘수도 있고..

하고 싶은 공부 맘껏할 수도 있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분야에서 5년간 일해야하는 일도 없어졌고..

외국도 나갈수있고.. 휴학도 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군대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남자는 참으로 제약이 많았더군요...




근데요... 저는요 이상하게 맘이 너무나 쓸쓸합니다..

지금은 약을 먹고 많이 나았다고는 하지만... 계속 재발할수록 더 심해진다는...

아직 원인도 모르고.. 완벽한 치료약도 없는 그런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어쩐지 내가 군대문제좀 어떻게 되었으면 빌어서 생긴것 같아서 이기도 해요..



근데 그 보다 더 큰이유는요...

그 사람이 날개를 달아버린 것 같아서예요..

그 사람이 날아가 버릴까봐... 그게 두려워요...

군대 면제 받으면 좋지... 하시겠지만.. 우리 상황은 그래요..

뭐랄까.. 군대문제로 발목 잡혔지.. 여러가지 환경으로도 그렇지..

제가 그 사람을위해 이해해야 하는 일 투성이었거든요..

이제 그 것중에 하나가 없어진 거지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일 하나가 없어진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사람을 위해서 저의 미래를 어느정도 접을수있지만..

그사람은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접으려 할 때도 말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접지는 않을거예요..

기회가 있으면 그걸 잡을거예요..

저도 그사람이 그러기를 바라구요...

이건.. 그사람의 어렵고 힘든 환경을 알기 때문에 제가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예요..




그 사람은 언젠가 큰 날개를 가질거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날지 못하는 그 사람을 늘 안쓰럽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막상.. 아직 날개를 달기도 전인데도..

그 사람이 날 수 있는 한단계의 준비가 끝난것 뿐인데도..

이렇게 맘이 쓸쓸하네요....



이제는 더 이상 내품에 둘 수없어서인지..

나만 두고 날아가버릴까봐 그러는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쓸쓸하네요.. 이러는 내 자신이 뜻밖이고.. 우습고 그래요..



..... 적고보니.. 우리 인연도 참 재미나는군요....

나이 먹어서 자기 인생을 엮어서 책한권 안되는 사람 없다는데..

몇년의 세월에서 한 사람과의 인연으로도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있군요......

.....앞으로도..잘 되길 빌면서 살아야겠죠.. 인생은 알 수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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