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할 수 있다는 건 │ 그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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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같은 발걸음이 멈출 때 나는 동시에 숨을 멈췄는지도 모르겠다. 소매가 긴 팔의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시려서 그걸 들킬까 봐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시린 마음으로 소풍 같은 계절에 남아 이 세상을 뻣뻣한 두 발로 겨우 지탱하고 있을 때, 당신의 따뜻함은 꼭 흰 눈 같아서 금세 녹아버리는 탓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나보다. 어떤 날은 불청객과도 같아서 예고 없이 찾아와 문을 두들겨놓고는 휑하고 사라져버리고, 그렇게 저 멀리 치워놨던 감정들을 내가 나에게 들키고 만다. 마음은 전부 기록되는 게 아니라서 내가 어떤 마음을 받고 있었는지, 또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는지 너무나도 모르고 있을 때 모든 게 깡그리 무너져 버렸다. 하필이면 그 마음의 기록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였을까. 내가 나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였을까. 어떤 이유조차 물어보지 못한 채 도망쳐왔던 마음의 값을 이렇게 지불하는 걸까. 서툰 내 방식이 사진 속 어설픈 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보인다. 어설프고 서툰,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는 불 꺼놓은 방안에 고립된 채로 불청객 대신 정중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먼지가 잔뜩 쌓인 과거에 시간이 멈춰있는 달력을 보며 따뜻함을 찾고 있는 내가, 언젠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달력을 넘길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분명 생길 거라 믿으며 올겨울은 그렇게 따뜻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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