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카테고리가뭐야
 비오다가 그치다가 흐리다가 hit : 1820 , 2002-08-07 00:00 (수)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에 대한 애틋함과 아쉬움은 전부터 계속되어왔다.
버스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전에 자주 드나들다가 이제는 가지도 않고 갈 일도 없는 길을 지나왔다.
그땐 하루가 머다하고 드나들었는데 이제 다시는...

성장에 따라 그때 상황에 따라 집착의 종류가 틀려지는건지 아니면 점점 집착이라는게 사라져 가는건지 예전의 감정들이 사라져 간다.
옛날엔 다시는 못올지도 몰라.다시는 못볼지도 몰라.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라는 수식어로 지나치는 모든걸 아쉬워 한적이 있었다.

어릴때 시간의 개념에게 아쉬움을 처음 느꼈을 무렵 나는 `지금`이라는 이 순간이 그다지 의미없고 인상적인 일을 겪고 있는 순간이 아님에도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이란 순간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달력에 하루에 한번씩 지금이라는 순간을 느끼고 싶어서 그날 날짜의 달력에 그날 시각을 적었다.
만약 `지금`이라는 순간을 느낀 그 순간이 4시56분 32초라면 그렇게 달력에 체크하고선 다음날이 되면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기념하기 이해 다음날 똑같은 시간에 `지금`을 지키려고 그 시간 난 딱 하루전에 `지금`을 적었었다.라고 되뇌이곤 했다.
  
6살때 반포동 아파트로 이사와서 조숙한 국민학생시절을 보냈던 나는 `지금`을 기념하던 나이가 지나 어느덧 12살이 되었다.
그때 의식과 자아를 인지하기 시작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그 아파트에 잔득 정이 들어 있었다.
이사를 가게 되자 다시는 이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삿짐은 이미 다 챙겨져 있었고  트럭만 출발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아파트로 혼자 올라가 티비가 놓였었고 장농이 놓였었던 빈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별식을 했다.
너무나 정이 들었는데 이젠 더 이상 우리집이 아니라니 가슴이 아파 눈물이 쏟아졌다.
이사간 곳은 약 2블럭 떨어진 멀지 않은 동네였기에 난 학교 끝나고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얼마간은 이사간 옛 집을 먼저 들러서 바라보며 언젠간 꼭 이 집으로 돌아오리라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다시는 그 집에 들어 갈 일은 없었고 지금 그 아파트는 재개발 얘기가 오가고 있다.

집떠나 먼곳을 별로 간 적이 없는 나는 가끔 학교나 교회에서 단체로 떠나는 여행을 따라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꼭 다시는 여길 못올지도 모른단 감정이 잠깐씩 든다.
그건 거기가 넘 맘에 들고 떠나는게 아쉬워서 라기 보담은 다시는 올 일이 없을거라는 바로 `다시는`이라는 단어가 괜히 내 맘을 애틋하게 만드는거 뿐이었다.
그 증상이 심했을땐 길가는 사람들도 다시는 못볼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을 잠깐씩 서운한 맘으로 쳐다보곤 했다.
고등학교때 미술학원으로 가기 위해 매일 타던 버스도 다시는 똑같은 버스를 못탈지도 모른단 생각에 매일 같은 자리에 나만 알아보는 낙서를 해놓고 다음번에 똑같은 차를 타는 일이 생길까 확인하곤 했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은 버스를 탔는데도 내 표시를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는 10000분의 1초의 그 순간 찰라도 지금을 지금이라고 인시하는 그 순간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그렇게 모든 지나치는 것들을 아쉬워하고 잡고 싶은 집착의 맘을 삭히고 순간을 아까워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피곤한 감정을 가지고 산다면 정신 분열증에 결렸을거다.
산다는건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죽을 날과 하루가 더 가까워졌다라는 것과 매 순간 이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또 일일이 생각할 순 없는 노릇이고 망각이라는 다행스런 상실증으로 다시 정상적인 삶에 열중하게 된다.
그렇게 내 맘은 `다시는` 이라는 수식어로 가슴 아파하던 감정과도 멀어져 갔다.

정말 하루가 머다하고 그 길을 차로 달려 운전해 갔다.
그녀의 전화 한통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달려갔던 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 길을 내가 그때 몰던 그 차로 지나갈 일은 다시 없다.
왜냐면 그 차는 이미 몇달전에 폐차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이사가서 집을 비운지 오래고 그녀는 내곁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다시는 가지 않을 그 길을 지나치면서 내게서 사라져 가는 `다시는` 이라는 애착을 버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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