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 가져라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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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의 일기 -- 2000. 12. 14 목요일 날씨는 꾸물 꾸물 세상을 다 가져라 회원 분을 만나러 자양 사거리로 나갑니다. 버스를 타고 붕~~~~~ 창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들은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고 시위하는 것 같네요. 스쳐 가는 상점들 앞은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산타할아버지 사진들도 곳곳에 눈에 보이고... 크리스마스 생각에 가슴 설레기도 하고 뭘 하면 찐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해 보기도 합니다. 딱히 답은 안나오지만 그래도 기다려지죠? 크리스마스라고 뭐 다를 건 없지만 그냥 지나가면 왠지 서운하잖아요. 몇 년 전 처럼 비디오 보면서 긴긴 밤을 지새울 순 없죠... (이를 악 물고 필승을 다짐해 봅니다.) 약속장소에 도착 했네요. 어두운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갑니다. 한 걸음 내려갈 때마다 마치 신성일 주연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일까요? 거리는 2000년인데 지하다방은 1970년대 같으니... 우리 회원분과 제가 같이 알고 있는 건물이라 빌딩 지하다방으로 약속을 하고 왔던 것이죠. 이름도 약속다방! 웃기죠? 꼭 70년대 영화를 보고 그 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 회원 분은 역시 좀 늦네요. 전 어항 옆에 앉아서 벽에 놓인 TV를 보고 있었죠. 다방 여 종업원이 제 옆에 앉더군요. 앗--- 순간 놀라고 당황 (예기치 못했던 상황발생)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하필 내 옆에 앉는 거야? 순간 긴장도 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 여 종업원은 20대 초반같이 보였어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딛은 것 같은... 수많은 직업이 있는데 굳이 이런데서 일하는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짱이 네가 뭐 천사표야? 그들만의 생활이 있고 그들만의 미래가 있어 괜히 동정 하는 척 하지마! 그건 위선이야...) 그 여 종업원의 인생을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닌가요? 아름다운 것들과 좋은 추억들을 느끼면서 지내도 아까운 20대 초반의 나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약속이 있어서 왔으니 자리 좀 비켜 달라고 말했지만, 넉살 좋은 얼굴로 오빠 오빠 하면서 차 한잔 사 달라고 하네요. 약속한 회원 분이 오셔서 그 위기를 모면했지만 별로 유쾌하진 않습니다. 그 종업원은 다른 테이블에 가서도 그렇게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매상을 올리고 있네요. 귀에 거슬릴 정도의 볼륨을 높인 TV 에선 드라마가 나오고 어항 속의 붕어들은 이리저리 잘도 돌아다니고, 배달 가는 여 종업원의 손엔 보자기가 보이고,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다방 안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담 약속을 하기엔 좀 그렇죠? 회원 분은 34세였는데 준수한 외모에 침착한 성격이 낮 설지 않더라 구요. 말씀도 잘 하시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배려도 좋았는데 문제는 자신감이 좀 없다는데 있었어요. 제가 정신과 상담의사는 아니지만 매니저로의 시각은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네요. 말씀을 잘하시긴 하지만 자신을 너무도 낮게 보고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죠. 때론 지나친 겸손은 자신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누가 말을 했죠. 대화가 더해갈수록 점점 자신 없어하는 분에게 나름대로 용기를 불어넣어 드리고 확신을 드려봅니다. 제가 만약 여자라면 당신같은 사람과 친해져 보고 싶었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의 존재를 알려야 기회가 생기는거 아니겠어요. 마냥 바라보고 자신을 숨기기만 하면 기회는 놓칠 수도 있을 거라 구요. 그분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순 없겠죠. \\\"세상을 다 가져라\\\" 라는 카피 문구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욕심이라기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라는 말처럼 들리더라 구요. 어쩜 그건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확신... 뭐 그런 것들 아닐까요? 여전히 다방 안은 바쁘고 시끄럽군요. 다시 계단을 올라오며 1970년대에서 2000년으로 돌아옵니다. 어느새 어두워진 거리는 더 분주히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바쁘게 들 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다 가져라\\\" 라고 신께서 말하신다면 저는 뭐라고 할까요? 전 말이 끝나자 마자 아니오, 돈으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할 것 같네요. 하하하 버스는 언제나 멀리에서 서네요. 출발하기 전에 어서 뛰어가야겠습니다. 사랑은 끝이 없다네 박노해 사랑은 끝이 없다네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오늘도 길 없는 길로 나를 밀어가는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시린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이렇게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 청년 시절이 일생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된다. 윌리암 라이온 펠프스(William Lyon Phelps) -- 오늘 짱이의 일기 끝. hanealin@hananet.net / www.haneali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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