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글 곡 노래 정태춘-
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 2001년 6월 9일 통일 그날 음악회에서 정태춘이 개사해서 부른 "사람들" =====
문호근씨는 천국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음, 흙바람
도올 선생은 어느날 잠적하고 (떠날 때를 아는 사람) 사람들은 심심하고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공자 맹자 노자도 간 데 없고 (아, 저 심오한 철학이 그리워여) KBS도 퍽 허전하고 음, 허전해 음, 심심해
("친구" 봤어?) 장동건이는 칼 맞아 죽고 (근데, 테레비 새 광고에 나오더라고) 유오성이는 빵에 가고 (쪽 팔리서) 사람들은 박수 치고, 진짜 조폭들은 눈물 흘리고 (아, 한국엔 감동의 파도타기 그러나, 심약한 놈들은 그 박수소리에 저도 모를 공포감에 휩싸였다고 하네여)
콘페더레이션스 컵 개막식에서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경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근데, 프랑스한테 졸라 깨지고 (정 모씨는 "한국민"으로서 심한 쇼크와 모멸감에 휩싸였다고 하네여)
정동영씨는 조심성 없이 (권노갑, 또 아무개 씨바...좋아) 노무현씨도 조심성 없이 (좃썬일보 씨바, 일갈! 좋아요) 이회창씨는 늘 당당하게 (기득권 수호 씨바, 메인스트림 수호 씨바!) 음, 음,
(제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11개 금융기관 중 6곳이 이미 외국인 대주주에게 넘어갔고, 또, 대기업 중 삼성전자 주식의 58.3%, 포항제철 57.9, 현대자동차 52.2, SK텔레콤 48.9%가 외국 자본에 넘어갔고, 백만 실업자에, 54.8%의 비정규직 노동자, 월 수 80만원 이하 가구가 전체의 17%, 빈민층이 1천만명, 헌데, 2%도 안되는 1.6%의 고소득층이 전국민 소비의 25%)
백태웅이 부부는 미국으로 공부 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사노맹은 어언 신화가 되고 노숙자들은 조국의 새로운 세기에 그저 잠이나 자고 신자유주의의 고단한 베개를 베고 음, 꿈도 없이 음, 달콤하게
386 전사들아 김민석일 너무 내치지는 마. (당신들 구심이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 사실, 386이야말로 저 해방정국과 함께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이념적 상상의 지평이 넓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이 뜨겁게 타올랐던 시기의, 빛나는 세대 사람들 아냐? 저 해방정국이 그야말로 우습게 분단화로 가고, 남한에 반공 독재 정권이 들어서고, 6.25다 뭐다 한 후에 남한엔 이제 똑똑한 놈 하나 안 남았다는 말들이 있었어. 그리곤 거기서 살아 남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왔다구. 386. 당신들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야. 그런 역사적인 세례가 그저 아무한테나 오는 게 아니지 않아? 그런데, 당신들은 지난 10여년간 그저 국으로 살아 왔지. 다만 묵비권을 행사하고. 이젠 나설 때가 됐지 않았어? 이대로 저 추악한 기득권 그룹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거야? 나서. 나서야지. 지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한 정계 개편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데 당신들은 그저 보구만 있을꺼냐구? 즈희들끼리 또 뒤죽박죽 이합집산하게 못본 체 할거냐구. 이제, 우리 사회에 대한 당신들 입장을 좀 더러내 봐. 우리가 밀어줄께. 8,90년대 당신들과 함께 했던 범 386이 말야. 사실 말이지, 현재의 국제 상황이나 여기 한국 사회가 가는 모양에 대해서 "이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 할 사람들이 당신들 말구 또 누가 있겠어. 구세대? 신세대? 이봐, 당신들이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을 교체해야지. 미래의 물줄기를 바꿔야 하지 않겠어? 총체적 개혁. 다시 희망 만들기. 그리고, 당신들이 가장 감수성 예민하고 열정이 뜨거웠던 때 불렀던 그 노래들, 그 문화들. 다시 살려 내야 하지 않겠어? 386 문화재단 같은 거라도 만들어 보라구. 아니 이름이야 굳이 386이 아니면 어떻구, 문화재단이 아니면 어때. 이제, 모여. 모여들 보라고. 아, 386 내부에도 다소간의 편차들이 있다는 거 알아. 또, 386이란 말도 이미 식상화돼 버렸다는 말들도 있는거 알아. 그러나, 그깟 편차야 무시해도 될만큼 단단한, 아름다운 세상에 관한 공감대가 아직은 살아 있지 않아? 식상화? 그것도 당신들이 다시 뒤집을 수 있어. 이봐, 올 가을에라두 어디 대학에서 어마 어마하게 대동제 한 판 벌리구, 학술 행사도 하구, 시국 토론회도 하구... 지금 김대중 정권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도 논하구 말야...뭘 시작해 보라구. 이제 일어서 보라구. 일어서 보란 말야. 당신들 목소릴 듣고 싶어. 386 전사들아.)
청담동에도 호사한 꽃이 피고 저 서민의, 빈민의 눈물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음, 사람들 음, 사람들
김지하 씨가 기만한 거냐 (아니면)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배반한 거냐 아무도, 강준만 씨도 침묵하고 ("죽음의 굿판"은 그렇게) 얼렁뚱땅 정리되고 서준식 선생 (혼자서 문제 제기하고 비로소 말 같은 말이야)
문호근씨는 천국에 도착하고 문성근씨는 테레비를 찍고 중동의 유혈 사태는 끝이 없고 (백선생은) 다시. 뻣친 머리카락 쓸어 올리고 음, 사람들 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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