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형-이력서 자기소개서 이렇게 쓰면 무조건 탈락한다  
  hit : 9175 , 2011-01-23 14:42 (일)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여준형 대표가 궁금하여 네이버를 검색하던중  그가 썼다는 글을 만났다.
의외로 재기 넘치고, 까칠하고, 주장이 강하고, 자기 방식대로 꾸준히 외부와 소통중이라는 걸 보여준다.

'홍보대행계의 이단아'라길래 '조용한 은둔자'를 상상했는데  할 건 다하는구만....하는 느낌?



                   이력서 자기소개서 이렇게 쓰면 무조건 탈락한다



1.  귀사 (貴社) 라고 쓰는 것은  곧  “나는 수십군데의 회사에 지원중입니다 ” 라고
    밝히는 것과 똑같다.

- 심지어 당사(當社) 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 프레인에 지원서를 내면서 플레인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 프레인에 지원서를 내면서 끝 인사로 LK 그룹에 지원하게 되서 기쁘다는 사람도 있다
- 홍보회사 프레인에 지원하면서 광고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셀수 없이 많다.
- 프레인에 지원하면서 “프레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이 있다

전원 탈락.


2. 겉으로만이라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좀 해라
- 친절하게 향후 포부 (이 회사에서 경력을 몇 년 쌓은뒤 UN에 진출하고 싶다 는 둥) 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다. 

탈락


3. 나는 당신과 1촌이 아니다.      
- 사진 첨부란에 폰카로 얼짱각도를 찍어 붙이는 사람이 있다. 탈락.
- 당신의 그로테스크한 전위사진을 보고 호기심에 면접을 보자고 연락해 주는 광고회사는
   영화에서만 나오는 회사다


4. 나는 당신과 2촌도 아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레인 완전좋아요, 꼭 뽑아주삼. 즐. “
뭐 이렇게 심하게 쓴 경우는 드물지만
“ ^^, ㅠ.ㅠ “ 이런 이모티콘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
그렇게 쓰면 이회사와 당신과의 관계는 대략 즐. 이다.


5. 라스베가스 출신은 사절한다.      
블러핑 하지 마라. 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엄청난 희망 연봉을 써놓는 사람이 있다.
도박판이라면 확 받고 더쳐버리겠지만, 인사판에선 카드 덮는다. Die.


6. 커밍아웃과 솔직함은 다르다
이력서에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고치겠다고 쓰는 사람은 솔직한 사람이고
나는 누구랑 같이 일하는건 체질에 안맞는 사람인데 고쳐보겠다고 쓰는 사람은 미친거다.

탈락
직장생활에서 허용될 단점만 공개해라


7. 운전면허증은 없는 게 차라리 신선하다.
유학시절 한달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신분이
“미국 뉴욕 스타벅스 본사 CS 및 대 고객 전략 서비스 제공 요직 근무 경험 “
이라고 경력을 회술한다면 미필적고의에 의한 사기죄로 탈락된다.
경력사항에 대학시절 학과 부대표의 가장 절친한 친구 라고 쓰면 되겠나 ?


8. 나는 성주가 아니다.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다. 뽑아만 달라 “ 고 읍소하는 이력서는 집사를 채용하는 곳에
보내기 바란다.

탈락


9. 갖다 붙이지 마라. 본드냐.
PR회사 프레인에 지원하면서 이렇게 쓴다
“ 전 정말 미디어와 뗄레야 뗄수 없는 사람입니다. 신문배달을 두 달이나 했거든요 “
또는 “ 저는 마케팅,을 사랑 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저와 상관없는 보청기 텔레마케터의
전화도 친절하게 받을 정도니까요 “

모두 탈락.


10. “관심있으면 연락달라 “고  아주 짧고 거만하게 쓰면 있던 관심도 사라진다. 
또.  가급적 반말은 하지마라. 공문서이지만 수신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게 확실하다.
반말로 쓴 이 글을 읽는게 기분좋던가 말이다.

탈락.


11. 뒷다마 까지 마라
전직장의 거지 같은 인사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분노 충천하여 이렇게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내가 분기탱천 하는 수가 있다.


12. 학력을 증명하라, 
-  “저를 뽑히시려면 수이계약도 간응 하고 부르면 같다 오겠습니다.”
    이렇게 쓰는 사람이 진짜 있다.  국어 안 쓰는 회사면 뽑을지도 모르겠다.
-  타이핑 실력도 편의상 학력으로 보는 수도 있다  “ 이건 분명 하비다. “
    하비긴 뭘 하비나. 오나전 탈락이다.


13. 기체후일향만강함은 이제 그만 물어라.
남들도 다썼을 법한 식상한 말은 경쟁률 치열한 회사 이력서로는 꽝이다.
당신이 학업을 충실히 했고, 뜻한바 있어 해외연수를 떠났고, 부모님의 가르침을 잘 받은
덕분인거는 미안하지만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14. 문자쓰면 듣는 공자 기분 나쁘다.
PR회사에 지원하면서 “ PR은 공중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쓰는 사람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 축에 꽂혀 있음을 고백하는 글도 있다.
“ PR은 퍼블릭 릴레이션스의 약자로 알고 있습니다 “
장하다 그걸 알아내다니.


15.  돈주고 가르쳐야 하는건 좀 억울하다..
“ 아는거 하나도 없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가상한 말 같지 않지만
곰씹어 보면 좀 억울하다. 월급도 주고 일도 가르쳐야 한다니 말이다.
그렇게 쓰려면꼭 끝에 “왜 하필 자신을 가르쳐야 하는지” 를 빼먹으면 안된다.


mins  11.01.23 이글의 답글달기

음 이분 굉장히 거침없고 날카롭게 쓰시는 분이세요.
가끔은 독설가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프러시안블루님이 예측하신 대로 콘텐츠에 무척 강한 분이고,
수주PT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하지요.
저도 내향적인 성격인데 이분 글을 읽으면 허리가 바짝 세워져요.
외유내강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티아레  11.01.24 이글의 답글달기

"language ego"라는 용어가 생각나네요. 두가지 이상의 언어사용자의 경우 어느 언어를 사용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언어자아가 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사실 꼭 다중언어사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 같진는 않아요. 한 언어라해도 대화를 나눌때와 글을 쓸때 언어자아가 확연히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지요.

여준형씨는 저로선 알 수 없는 그분 나름의 경험이나 이유에 의해 사람들과 대면해서 대화할때 보다는 혼자 글을 쓸때 훨씬 편안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타입같아 보여요. 아마도 글쓸때의 그의 언어자아가 그 본연의 자아에 가까울 거예요. 심리적 억압이나 긴장이 배재된 상태에서 자기유능감을 느끼는 사람들 특유의 자유롭고 확신에 찬 어조를 보이잖아요.

mins  11.01.24 이글의 답글달기

설명을 듣고보니 저도 여준영씨와 같은 타입의 사람인것 같네요.
저도 글로 쓸 때 저 자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소와 다른 제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가봐요. 저는 그 간극이 커서 종종 불편해지기도 합니다만.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프러시안블루  11.01.24 이글의 답글달기

역시 섬세하세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억지웃음  11.01.24 이글의 답글달기

최근 자기소개서를 쓸 일이 있었는데
막막하고 참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졌었어요.
나는 나인데 내가 나라고 말하지 못하는게....참...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저는 몇점짜리의 제 소개를 보여준건지..

프러시안블루  11.01.24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가끔 자기소개서를 써야할때가 있습니다.
(구직을 위한 소개서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 형식이죠)

이때, 울다에 쓰고 있는 저의 업무용 일기 초기화면을 캡쳐해서 붙이면 효과 만점이더군요. 자기관리와 노력도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거든요.

cjswogudwn  11.03.03 이글의 답글달기

14, 15번. 제가 조심해야 할 부분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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