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못할  
  hit : 2805 , 2011-03-02 15:55 (수)
1. 말

아들.
아빠가 니 나이였을때,
막연했지만  "깊고 맑고 파란"  어떤 것을 찾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지.

거창한듯 보이지만,
속내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나 보다.

이루지 못한 꿈때문에 간혹 불면이 찾아오기도 하지.
어제 밤이 그랬다.

그런데, 문득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떠오르더구나.

애당초 그런 것이 지상에는 없는 신기루일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인생이 꼭 무언가를 남겨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오늘 아빠는 니 고등학교 신상기록부에 적을 이메일 아이디를 고민하며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아빠의 선물이다.
thanksme@hanmail.net

항상 니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렴.

고등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2. 건배사

준비없이  해야되는 건배사는 항상 당혹스럽다.
오늘이 그랬다.

허락된다면,  이런 건배사를 해보고 싶다

자~~ 앞에 있는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잔을  높이 들어 주십시오.
"전장에 피는 꽃"이라는 군가의 한 소절인데요.

제가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이라고 노래하면
" 내 너를 찾으리~~" 라고 합창해 주십시오.
시작합니다.........



티아레  11.03.03 이글의 답글달기

1.
한편으론, 여기까지 이르는 길에 그런 신기루들 마저 없었다면 사막의 한복판을 어떻게 지나올 수 있었을까..싶기도.

꿈, 낭만, 자신감 외에도 "beauty of the youth"를 이루는 상당 부분은 아마도 "환상들" 이겠지요. 어떤 환상들은 오래도록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잖아요.

2.
You are such a romantic ^^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3.03 이글의 답글달기

"beauty of the youth"를 이루는 부분에 <젊음의 고통>을 빼놓을 수는 없을듯 합니다.

기형도를 빌린다면,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니 내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젊음의 고통에 신음하던 그 때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군제대후 복학한 그 달, 낮부터 마신 막걸리에 취해 시든 잔디밭에 누워 "아, 외롭다"라는 신음을 냈던 그 순간이 내 아름다움의 정점처럼 느껴지거든요. 선명하게.....ㅎㅎㅎ

그 막막함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밥먹고 사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고 조금은 가슴이 먹먹합니다.

월향  11.03.03 이글의 답글달기

깊고 맑고 파란.
전 높이보다는, 넓게 사는게 꿈인데...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3.04 이글의 답글달기

"깊고, 맑고, 파란"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그 구절이 김광석이 부른 <불행아>란 노래의 가사거든요.ㅎㅎ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의철의 <저하늘의 구름따라>를 김광석이 곡명를 바꾸어 리메이크 한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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