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의 황혼.   현실체험기
  hit : 2720 , 2011-07-02 16:06 (토)

 어느날 떠나왔던 길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걸 깨달을때.
 모든게 아득해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삶은 참혹하게 물이 빠져버림 댐 가장자리 붉은 지층이다.

 도저히 기억되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들이 한눈에 드러나는 그 아득함.
 한때는 뿌리였다가, 한때는 뼈였다가, 또 한때는 흙이었다가 이제는 지층이 되어버린 것들.
 그것들이 모두 아득하다.

 예쁘장한 계단 어디에선가 사랑을 부풀리기도 했고
 사랑이 떠나면 체머리를 흔들기도 했다.
 그래도 돌아온다고 믿었던 사랑은 없었다.
 떠나면 그 뿐, 사랑은 늘 황혼처럼 멀었다.

 병든 것들은 늘 그랬다.
 쉽게 칼날 같았고, 쉽게 울었고, 쉽게 무너졌다.
 이미 병들었는데 또 무엇이 아팠을까.
 병든 것들은 죽고 다시 오지 않았다.
 병든 것들은 차오르는 물 속에서 죽음 이외의 또 무엇을 알았을까.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마른 날
 떠나온 길들이 아득했던 날 만난 붉은 지층.
 왜 나는 떠나버린 것들이 모두 지층이 된다는 걸 몰랐을까.

jatcore  11.07.02 이글의 답글달기

마음속에 깊숙한 곳 어딘가에 드리워진, 안개속에 잘 보이진 않지만
선명하지는 않지만 흐릿한 실루엣 만으로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예요.

떠나간, 떠나온 모든 것들의 아득함.
애써 생각해보면 일시적으로 정신이 각성되고
미세한 추억들이 지금 숨쉬고 있는 공간에 채워지는
숨막힐 듯한 외로움은 그것이 지층이 되어버린 아득함이겠지요?

갑자기 숨이 빨라지고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것 같아요.
아름다웠던, 상처받았던, 설레였던 순간들이 떠올라 아득한
연민에게 슬프게 마음속으로 무엇인가를 읊조리는 듯 해요.

이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조금더 성숙함을 무장한 사람이 되어 있을꺼예요.
그렇겠죠?^^ 좋은밤 되세요 월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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