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hit : 2913 , 2011-08-11 14:44 (목)

1.
새삼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 첫번째 계기는 <포커스 리딩 아카데미>라는 독서법 수강 때문이다

독서법 강의는 "책 읽는 목적이 뭔가?"를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책읽기는 삶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삶의 목표>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단기적인 목표만 있을뿐 삶의 목표랄게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새삼  삶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저항을 했다
"난 그저 책이 좋아서 읽는 거야. 꼭 목적이 있어야 하는건 아니잖아? (넌 목적을 가지고 여잘 사랑하니 ?)
" 행복하게 살겠다. 착하게 살겠다는 것도 훌륭한 목표야. 
  나머지는 모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 하다구"

그러나, 내 스스로도  이러한 답변에 온전히 동의할 수 없었다


2.
두번째 고민의 계기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삶의 목표가 아니다)을 이루더라도 퇴직 후의 삶과
연계가 힘들다는 것이다
울다에 적어놓은  내 꿈 리스트의 마지막은 '사내 연수원에 내 이름을 단 연수원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다
마치  자기 이름을 단 빵집,  <주노명 베이커리>처럼 ....

전례가 없는 일으므로 그 꿈을 이룬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문제는 이게 퇴직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가 제공하는 네트워킹 기술과 세일즈에 대한 강의는 회사 정책과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꿈은 필생의 業이 아닌 셈이다.



3.
세번째 고민의 계기는 곧 半관리자(팀장)에서 진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속에서의 인간은  일정 수준까지 전문가로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에 매미가 탈피를 하듯이 관리자가 되게 된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전문성을 포기하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취하는 일이고
자신이 전문가가 되기 보다는  직원을 전문가를 키우는 일이다
결국, 전문가와 관리자는 전혀 다른 길인 셈이다

아마, 내년에 원한다면 지사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원으로 퇴직할 가능성은 50% 정도? (다시 보니 엄청 과하다 ㅎㅎㅎ)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일에 기쁨을 느끼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들여다 보면....

[성향]
ㅇ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다  (수치로 세상을 파악하기 보다는 느낌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ㅇ 외부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내면의 파동에 민감하다
ㅇ 이름을 날리는 일을 좋아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며칠전 공병호씨의 같은 고백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
ㅇ 책읽기 (오늘부터 여름 휴가인데, 휴가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집에서 책이나 실컷 읽는 것이다)

[잘 할수 있는 일]
ㅇ 컨텐츠 생산 (애매하긴 한데...퍼오기 보다 자체 생산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ㅇ 발표와 강의
    - 잘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고통스럽긴 하지만, 고생 뒤의 성취감을 즐긴다.
    - 어려운 내용을 내 방식대로 풀어서 쉽게 설명하는데 능숙하다는 이야길 듣는다

[싫어하는 거]
ㅇ 수치적 분석 (공대 출신임에도 그렇다)
ㅇ 통제받거나 통제하기  (하고 싶던 일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다)
ㅇ 잔소리 듣거나 잔소리 하기  (직원들이 나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4.
<책읽어 주는 남자>로 사는건 어떨까 고민중이다.

책을 낭독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읽은 책을 이야기 해주는 일인데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가 SERI-CEO에 연재중인 "이승재의 상상극장"을 보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이승재 기자의 포멧은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TV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영화를 한편 선정한 다음  중요 장면들을 짜집기해서 보여주고
서비스 대상인 CEO들에게 경영적 교훈을 하나씩 던져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책들을 30장 가량의  파워포인트로 정리해서
책 한권당 50분씩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나의 업으로 삼는 건 어떨까?

ㅇ 언제부터 ?  : 퇴직후
ㅇ 그 일에서 나의 강점 : 인문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과학 혹은 기술분야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ㅇ 서비스 대상 : 동네 문화센타에 오시는 분들,  방과후 학교 학생들
ㅇ 그럼 지금 할일은 ?  : 컨텐츠 만들어 놓기==> 한달에 한권씩 파워포인트로 책 정리 
ㅇ 퇴직 전까지 회사내에서 진로는?  년말에  소외계층 강의가 본업인 " IT서포터즈" 지원
ㅇ 수입은 얼마나 될까?  
    집 있고,  국민연금도 나올테고, 진혁이도 독립할테니 
    월 150만원만 벌수 있다면  피곤할때 택시 탈 수 있는 삶은 살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욕심이 큰가?)



向月  11.08.12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 언제나 잘 읽고 갑니다.
품질보증팀에서 3년넘게 일하면서- (기계공학 전공도 아닌데ㅠ) 제일 싫었던게 수치분석이었는데. 불량율비교라던지, 공정분석 -_ -... 팀에서 여직원이 혼자였던 지라, 꼭 그런 자료를 만들고, PPT를 만드는건 여직원 일이더군요. 흥흥;
프러시안블루님같은 팀장님이 계셨더라면 흑;; 잔소리를 좀 덜 들었을런지도.. ^^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8.12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ㅎ 제가 산업공학 전공했거든요
품질관리, 안전관리기사 따고...
그럼에도 지금 IT분야 세일즈를 하고 있으니, 인생이란 참.

티아레  11.08.12 이글의 답글달기

영화 얘기를 하시려나 했어요.
"책읽어 주는 남자"로 사는 거, 정말 근사한 아이디어 맞아요.
동네 문화센터에 그런 강좌가 개설된다면 나라면 놓치고 않고 수강할 듯^^

리브라  11.08.17 이글의 답글달기

제가 아는 분중에 컨설턴트로 일하시면서 할머니들께 주말마다 책을 읽어주시러 가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연상되네요. 흐흐. 역량을 쌓아 독서 클럽과 논술을 가르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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