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울다   un.
  hit : 2603 , 2011-09-20 15:46 (화)


한 달 만이네요, 울다.
그동안 일기 쓸 일이 별로 없었어요.
정말 정말 괜찮아졌거든요.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나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어요.
학교 다니는 것도 좋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즐거운 마음도 생겼지요.

좋을 때 찾지 않는 곳이라니
조금은 슬프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요.

차암 아이러니 해요.
난 울다가 좋은데
기쁠 때는 찾지 않고.
내가 울다를 찾는 날은
슬프거나 우울한 날이라는 게.

오늘은 미안해서 찾았어요.
잘 있나 해서.

그리고 약간은 우울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전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요.
많이 변했으니까요.

요즘 제 도전 목표는 '피하지 않기'에요.
나는 사람을 보면 피하거든요.
인사하는 게 무서워서.
그런데 어제, 오늘 사람 피하지 않기, 를 실천하고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은 슬퍼졌어요.
이런 나를 응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잘 하고 있다고, 너는 참 대단하다고 칭찬해줄 사람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방향이 틀리면 지적도 해주고 조언도 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나밖에 그럴 사람이 없어요.
심지어 어제 수업시간에 '나는 ( )다'라는 질문에
'나는 내 엄마다'라는 답이 떠오르더라니까요.
이러니 외로울 수 밖에요.

누구 없나요.
나를 좀 지켜줄 산이.
나를 좀 보듬어줄 태양이.

-

사실 그닥 심각한 문제는 아닌데ㅋㅋ
그냥 '20대 가난'이라는 주제로 세미나 준비를 하다가
'20대 재테크'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는데
앞으로 돈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볼 어른 하나 없다는 게
부모님한테는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는게
서글퍼져서요.

-

금방 기분 좋아져서 떠날게요 울다!
나 없는 동안 모두들 화이팅.

티아레  11.09.20 이글의 답글달기

님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모르고 있군요.
"나는 내 엄마다"라는 답을 얻기까지의 경위야 어떻든 그 답은 정답이고
스무살에 그런 답에 도달한 사람은 정말 흔치 않답니다.
앞으로의 인생은 우리 각자가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더 뼈저리게 실감하는
과정으로 님을 인도할 테지만 (물론 무수한 우여곡절과 함께) 그걸 인생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도 올 겁니다.

타인의 인정, 응원이 물론 큰 힘이 될 수는 있으나
나를 위한 나 자신보다 더 큰 응원자, 격려자는 있을 수 없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확고한 지지자, 상담자를 가진 님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
이른 나이에 그런 놀라운 자기 발견을 이룬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며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세요.

누구 없냐고 묻고 계신가요.
실망스럽겠지만 그런 산과 태양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질문의 순서를 달리해보세요.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산과 태양이 되어줄 수 있는가.

우리 모두는 수시로 외로움을 느끼고, 때론 수많은 두려움에 압도되어 남몰래
신음하기도 하고, 삶이 주는 상처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존재들입니다.
언제나 나를 든든한 산처럼 지켜주고 태양처럼 변함없이 보듬어줄 초월적인 존재를 희구하기도 하면서.

비록 우리 모두가 불완전하고 연약한 존재들이지만, 님이 그런 누군가에게 먼저
손내밀 준비가 된다면, 님의 손을 맞잡아줄 따뜻한 손은 반드시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맺어진 모든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놀라운 존재들이지요.

李하나  11.09.21 이글의 답글달기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산과 태양이 되어줄 수 있는가.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고요.
저도 그 말의 뜻을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실천은 힘들군요. 노력해봐야지요! 온기가 필요하면 온기를 기다리지 말고 찾아나서는 게 필요한 것 같은데 아직은 좀 두려워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고민들을 모두 해결하고 뒤돌아볼 날들이 있겠죠! 저는 언제나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요.
말씀 감사드려요, 티아레님!

티아레  11.09.21 이글의 답글달기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산과 태양이 되어줄 수 있는가"를 먼저 자문해 보라고 한건
누구도 그런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줄 수는 없지 않겠냐는 의미였어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에 대해서는, 법정스님이 쓴 글이 지금 떠오르네요.


귀한 인연이길/ 법정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 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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