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무너진.   deux.
  hit : 3404 , 2012-01-01 22:59 (일)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버텨 왔지만, 사실 괜찮지만은 않은 일들이었다.

지난 8월, 
엄마 아빠는 또 다시 대판 싸움을 벌였고, 이번에는 아빠가 집을 나갔다.
그리고 며칠 뒤, 이혼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둘은 이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철저히 방관자로 일임했다.
은근히 부모의 이혼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의 성폭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날마다 벌어지는 싸움이 지긋지긋 했다.

그래서 나는 은근히 이혼을 지지하기도 했다.
차라리 따로 살라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이혼하는 게 낫다고.

엄마도 이혼을 결정했고,
둘의 합의 하에 이혼은 이뤄졌다.

갖고 있던 재산은 집 뿐이었다. 
통장에도 돈은 없었으며, 
있는 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가족이던 마지막 달의 카드빚 뿐.

집을 팔아 반으로 나누고 
동생은 아빠가 데리고 가 키우기로 했고, 나는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이혼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혼을 한 후에도 우리 가족은 자주 만났다.
아빠가 이사를 할 때는 네 사람이 다 같이 도와 이사를 했다.
마치 다같이 살 집인 것 마냥.
이사를 마치고도 엄마는 동생을 챙기기 위해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우리는 주말에 만나 외식을 하기도 했다.
같이 노래방도 갔으며, 그러고 난 다음에는 아빠 집에서 함께 자곤 했다.

오히려 이혼 후가 좋은 것 같았다.
붙어 있지 않으니 싸우지도 않고
오랜만에 만나니 조금은 반갑기도 했다.

그래, 떨어져 있으니 조금 괜찮아지는 구나.
이제는 다시 좋아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조그만 희망까지도 가졌었다.

그렇게 지내던 10월의 어느 날,
공강 시간에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

아빠한테 다른 여자가 있었다고 했다.
그 여자와 살기 위해 엄마와 계획적으로 헤어진 거라고.
우리 집을 팔아서 나눠가진 돈으로 새로 집을 얻고,
그 여자의 집안에 이미 인사까지 마쳤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만나왔던 여자였다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빠같은 거,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별로 정도 없었으니.
정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런데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다.
배신 당했다는 것에,
그리고 20년이나 같이 살던 남자와 헤어졌다는 것에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나는 같이 힘들고 싶지 않았다.
대학에 와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이제 막 행복해지려 하고 있었다.

갓, 
마음 속에 가득했던 어둠을 걷어냈고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밝은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분이 가벼워지니 처음 만난 사람하고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아지면
우울해지면
그러면 사람에게 또 다시 마음을 닫아버릴까봐.

철저히 무시했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입으로는 엄마를 위로했지만
나는 나와 집안의 일을 단절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해외 교류 활동을 준비했으며
다음 학기에도 학교를 다닐 생각이었다.

-

그러다가 방학을 맞아 집에 와서 엄마 옆에 누웠는데,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
상처 입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서야
가정이라는 나의 오랜 울타리가 무너졌으며
부모라는 나의 지붕은,
한 쪽은 날아가버렸고 다른 한 쪽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리고 집 안에 있던 동생이라는 작은 항아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내가 그동안 너무 이기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지 않기로 했다.
1년 동안 가족들이랑 함께 있으면서 
위로도 하고, 같이 겪어내자고 결심했다.

-

그런데 조금은 힘이 든다.
엄마가 중심을 잡지를 못한다.
나와 내 동생은 자식인데,
이제 스물 한 살이고 이제 열 일곱 살인데
마흔 일곱 살의 엄마가 자꾸만 우리보다 어린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꾸만 운다.
그래, 울 수 있다.
상처받았으니까. 울어야 해.
그런데 자꾸만 나와 내 동생 탓을 한다.

'너넨 지금 신나지. 너네가 뭐가 아쉽겠어. 나만 비참하지.'
'너네가 나를 위해서 해주는 게 뭐야. 자식이면 그 년 찾아가서 머리라도 쥐어 뜯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지금 학교 다닐 때야?'
'너 알바 안 해? 알바 해서 엄마 좀 보태 줘.'

제발.
그만.


지붕이 내 위로 무너져 내리려고 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아득하고 막막하다.

-



나의 지붕은 나보다도 약한 사람이다.
이젠 안다.
엄마는 나보다 약하다.
전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우리 엄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만 반복했다.
엄마가 좋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이제는 알겠다.
엄마가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다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이 엄청나게 꼬인 집안을,
이 해묵은 감정들을 풀어 나가야겠다.
엄마는 약하고
아빠는 병들었고
동생은 어리다.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필요하니 내가 할 수밖에.

-

성폭행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일 까지.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모두 어거지로 끼워 맞춰져 있어.
다 제대로 풀어낼 거야.
아빠한테 가서 내 해묵은 감정들, 분노들, 증오들 다 쏟아내고
사과를 받아 낼 거다.
엄마한테도 사과를 받아내고
내가 사과할 것은 사과 할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서도.
아빠는 도망치듯 내뺐다.
제대로,
엄마가 아빠에게 화를 내고
나도 아빠에게 화를 내고
동생도 아빠에게 화를 내고
아빠도 우리에게 성질이 아닌 '화'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해묵고 썪은 감정들을 드러내고
모두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그 상태에서 '대화'라는 것을 해볼 것이다.

그 끝이 
어떤 형태이든 그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아빠는 그 여자와 살고
우리는 셋이서 살게 되더라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잘못된 매듭을 풀어내는 게 중요한 거니까.

-

힘들 게 뻔히 보인다.
내 상처에 내가 메스를 들이대는 꼴이다.
마취도 없이.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필요한 일이고.

힘내자.
그리고 잘 하자.

예압.

-

구체적으로

1. 성폭행 심리 상담
- 나에게 있어 모든 문제의 시초는 이것이다. 7살 때부터 시작된 아빠의 성폭행. 이것부터.
이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빠 엄마에게 화내기, 그리고 용서하기. 

2. 친척 관계 속에서의 나 파악하기
- 우리 가족의 해묵은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나는 가족들 사이에서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대화도 잘 하지 않고. 모두 좋지만, 뭐랄까 항상
주눅이 들어 있다. 숫기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과 소통을 잘 해서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모네랑도 자주 왕래하고, 다같이 모일 자리가 있으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나를 잘 
관찰하고 치료해보자.

3. 건강한 권리 의식 찾기
- 나는 뭐랄까, 권리 의식이라는 게 없었다. 이런 개념이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 책을 보면서 알았다.
'건강한 권리 의식의 부재'도 심리적인 문제라고 했다. 나는 용돈을 타면서도 항상
'내가 왜 남이 번 돈을 뺏어 쓰지?'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빠가 나를 때리는 것도 '때릴 수도 있지, 뭐'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가 학교를 다니지 말라고 햇을 때도, '내가 다니는 건데 부모가 내줄 이유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내 옷을 사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으며, 아빠가 나 때문에 일을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야 성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중고득학생은 부모가 보살펴줄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뭔가 내가 당연히 받아도 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내 것은 내가 알아서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 권리에는 무언가를 받을 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쾌적한 생활을 할 권리,도 있다. 엄마 아빠에게 제발 좀 그만 싸워라, 듣기 싫다. 라는 말을 해본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다. 엄마아빠 집이고, 엄마아빠가 싸우는 것은 자기네들 일이므로,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직 뭐가 문제고 뭘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 정리는 안 돼지만, 어쩄든 나는 나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알 필요가 있고, 나한테 당연히 있는 권리를 내가 지금까지 몰랐다면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이 정도인 것 같다.
지금 당장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후아후아
심호흡 하고.
마음은 스탠바이 시키고.
눈물도 스탠바이.

기대되는 결과물은
성장
수동적인 성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해묵은 증오와 분노의 해소.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

나는 사랑 받아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어색하다.
그런 건 받지도, 주지도 않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최근에는 사랑이라는 것을 먼저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질 않는다.
아빠는 사랑할 수 없다.
엄마를 사랑해보려고 하는데
한 가지, 딱 한 가지 때문에 자꾸 걸린다.
나는 엄마에게 화가 나 있다.
엄마는 아빠와 같이 살 때
아빠가 술을 먹고 화를 내면 언제나 혼자 도망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맞거나
성폭행을 당했다.
동생은 있으나 마나였다. 너무 어렸으니까.

그리고 아빠가 나를 성폭행했다는 것을 엄마가 안 뒤에도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로도 5년이나 성폭행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받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해가 안 가는 노릇이다.
자식이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았고
목격까지 했다면 
최소한 내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살펴야 한다.
심리 상담을 받게 하는 것도 엄연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 어떤 시도도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일은 철저히 묻혀졌다.
절대로 우리 집의 화제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화가 나 있는 모양이었다.
최근에 깨달은 것이지만.

하지만 말했듯이
엄마는 나보다 약하다. 그리고 명백히, 어리다.
슬픈 일이고
아득한 일이지만
나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모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외람되는 줄 알지만
너희 부모는 부모 자격이 없다.
너희 남매는, 부모가 키워준 게 아니라,
너희가 알아서 자란 거다.'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
내가 항상 해오던 생각이었다.
나는 식물처럼, 혼자 자랐다고.

-


아직은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정리를 해봐야겠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티아레  12.01.02 이글의 답글달기

학교 계속 다녀요. 어떻게든.
나도 이런 말은 안하고 싶었지만
그대가 너무 착하고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제는 말을 해야겠어요.
하나양의 부모는 부모 자격 없어요.
없는 정도가 아니라 범죄자예요. 중범죄자.
두사람 다 지독하게 병들었구요.
아버지도 더 할 수 없이 나쁘지만 엄마가 어떤 의미에선 더 나빠요.

그 사실을 알고 목격까지 했으면서도 아버지의 성폭행으로부터
그대를 보호하지 않고 오랜 세월 그대로 방치한 걸
단지 엄마가 약해서라고 생각해선 안돼요.
그대를 이용해서라도 아버지를 곁에 붙들어두고 싶었던 게
실은 더 큰 이유였을 거예요.
다른 여자에게 가게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분신인 딸, 하나양을 희생양
삼아서라도 남편을 붙잡아두고자 했다는 거죠.

물론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땐 엄마도 몹시 경악하고 괴로웠겠죠.
하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곧바로 어떻게 해서든 남편에게서 딸을 떼어놓고
보호했어야해요.
남편이 응분의 법적 처벌을 받도록 구속시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맞겠지만,
설사 이런 단호한 결단은 어렵더라도, 이혼을 하는 게 너무도 마땅한
경우지요.

십분 양보해서 그래도 남아있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차마 이혼을 안했다고해도, 하나양을 할머니나 이모에게 맡긴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조처는 취했어야해요.

어떻게 7살때부터 그런 일을 당해온 딸을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도 5년이나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있나요.
어미의 본능에 가까운 최소한의 의무마저 저버릴만큼 남편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머지 이성이 마비되고 심사가 단단히 꼬여버린 거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것이 끝나게 된 경위도 잘 따져봐야 해요.
그건 엄마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었어요.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는 바람에 아버지가 이혼서류를 들고와
이혼을 강요하고서야 어쩔수 없이 그리 된거지.

이런 병적인 심리가 확인되는 사례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예컨데, 창세기 29장 ~ 36장에 나오는 야곱의 일가 이야기에도 딸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종을 바쳐서라도 남편의 마음을 사고 싶어했던 여인들이 등장하죠.

지금 합의이혼 후인데도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잖아요. 그건 이해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 다음인데, 그런 파국을 맞이한 게 어찌 자식들의 잘못인가요.
오랜 세월 하나양에게 저지른 죄는 두 사람이 평생 속죄해도 씻을 수 없을 만큼
큰 잘못인데 그걸 깨닫기는 커녕,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자식들에게
그 탓을 돌리고, 분풀이하며 학교도 다니지 못하게 하고, 그 여자에게 가서
대신 해코지해주지 않는다고 하나양을 원망하는 모습을 보세요.

이걸 그저 약해서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지경으로 약한 건 악한 거예요. 그것도 몹시.
아프더라도 그 사실을 똑바로 봐야해요.

일단은 벗어나야해요.
일차적으로 그대의 아버지, 이차적으로 그대의 엄마는 그대의 삶에
너무도 큰 상처를 준 공범자들이에요.
자신들의 병적인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자들이죠.

대화를 나누고 사과를 받아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더 큰 상처를 받을까 염려스러워요.
두 사람 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아니고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만큼 단단히 꼬여서, 이미 병적이고 이기적인
자기 합리화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을 게 뻔해 보이거든요.

무엇보다 지금 하나양의 엄마가 보이는 태도를 보니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도 없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럼없이 인정할 것 같지가 않아요.
오히려 하나양에게 뒤집어씌우며 원망을 늘어놓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예요.

해묵은 감정들 드러내고 풀어낼 시기로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아요.
하나양 입장에서야 그 시기가 너무도 오래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 부모의 상황이 좋지 않아요. 특히 엄마의 상태가 몹시 안좋아요.
잘못의 인정이나 사과는 커녕 더 골만 깊어지고 문제만 더 키울 수도 있어요.
어쩌면 하나양이 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과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대상들일 수도 있구요.

하나양은 크고 강하고 총명한 사람이에요.
거기다 지지리도 착하고 순수해요.
부모라는 지붕, 한쪽은 날아가버렸고 한쪽은 무너지고 있지만
사실 없느니만 못한 지붕도 있어요.
하나양과 동생은 스스로 알아서 자란 거라는 이모부의 얘기, 맞는 말이에요.

그대 자신을 부모들의 문제로부터 계속 단절시키세요.
엄마가 하는 소리들 그냥 듣는 시늉만 하세요.
그들의 문제는 진작에 둘이서 알아서 풀었어야할 문제예요.
지금까지 둘 사이에 끼어서 그대나 그대의 동생이 얼마나 오랫동안
몹쓸 일을 당했는데, 이제 겨우 애를 쓰며 힘겹게 행복을 찾아가려는 그대를
기어이 다시 주저앉혀 붙들어두고 괴롭히려드는 그대의 엄마에게
다시는 속지 말아요.

날아가요. 힘닿는 데까지.
이제라도 깨달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요구해요.
부모에게 학비도 당당히 요구하고,
부족한 건 알바를 해서라도 휴학은 하지 말아요.
엄마가 약하니까, 아직 덜 자랐으니까 옆에서 돌봐줘야한다는 말도 안돼는
생각일랑은 하지 말아요.
그런 사람은 죽을때까지 자라지 않을 거고,
자신의 문제를 언제까지고 남편이나 자식에게 전가시키며
원망만 늘어놓을 사람이에요.

지금은 하나양 자신과 동생만 생각해요.
할 수 있는 한 동생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서 챙겨주구요.
상담도 더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세요.
지금껏 너무 오래 지체했어요. 더 이상은 미루지 말아요.

李하나  12.01.03 이글의 답글달기

진심 어린 걱정과 충고 정말 감사해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서 듣는 것 같이 따듯해요, 정말. 히
저도 힘 닿는 데까지 날아가보려고 노력했어요. 만약 내가 엄마를 싫어했다면, 그리고 동생을 싫어했다면 날아가버렸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엄마가 좋아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슈퍼에 갔다오면 내가 지나가는 소리로 먹고 싶다고 했던 것들을 하나씩 사서 돌아올 때면 참 좋아요. 오늘도 아이스크림을 사서 왔어요. 주말에 한 통 사서 맛있게 먹었더니, 또 사온 거예요:-)
엄마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쓸 때는 화가 나서 그렇게 쓰기는 했지만. 약하고 병들었을 지는 몰라도, 악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티아레님이 잘못 판단했다고 탓하는 게 아니에요. 솔직히 티아레님 댓글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어요>_< 제가 너무 편협하게 글을 써서 오해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ㅎ
아무튼 저는 엄마가 좋아요. 그래서 같이 살고 싶어요. 그래서 이 매듭과 해묵은 감정을 풀고 싶은 거구요.
학교도, 다니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년 동안 가족들이랑 있으면서 가정 내에서 쌓인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셋이서 살 부대끼면서 서로 보듬어보고, 무엇보다도 동생이랑 같이 지내주려고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데, 슬슬 중요한 시기잖아요. 엄마는 휘청거리고 있고, 아빠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고. 뭐, 벗어 던저버려야 할 책임감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동생이 좋은 걸요, 히.
그리고 편하게 상담 받아 보고 싶은 이유도 있어요. 본격적으로 상담을 받으면, 꽤 힘들어질 것 같아요. 감정의 동요도 심할 테고, 혼자 있을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담을 받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휴학을 해도 스터디 모임도 하고, 해외 교류 활동 준비도 할 거고. 괜찮을 것 같아요:-)
항상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티아레님. 큰 힘 얻어요, 정말로. 굿밤되세요♡

티아레  12.01.03 이글의 답글달기

연민을 당해낼 게 뭐가 있겠어요.
이 우주도 그 힘으로 돌아가고 있을 테지요.
알고 있어요. 그대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마음을 따를 사람이라는 거.
그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알고 있나요.
그대를 항상 응원합니다~♡

bingola33  12.01.02 이글의 답글달기

앞으로 해야할일들만 있으면되지않을까요 뒤에남겨두고 앞만보고 달려갔으면 좋겠네요 문제 해결이나 용서하고 응징하는것은 쉽지않을테니까 힘든일이지만 용서하고 해결하는것보단 잊어버리는게 쉽지않을까요? 아니라면 잊은척 무관심한척이라도 해서 앞만보고 달려갔으면 해요 강한분이신것 같으니까 잘해내실거라고 믿어요 혼자 아주 잘자라난 식물은 잡초처럼 다강하고 질기니까요
힘내시구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제가괜히 슬퍼져서 댓글남겨요 주제넘게 죄송합니다

李하나  12.01.03 이글의 답글달기

주제 넘다니요, 이런 댓글 하나 하나에 힘을 얻는 걸요. 누군가는 그래도 내 편이구나, 하고. 히 솔직히 말하면 무관심한 척 앞만 보고 달린 게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일이었어요. 제가 그걸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럽거든요ㅎ 회피, 외면, 방어, 저의 특수 능력들이에요:-) 그런데 이제 그러기 보다는 좀 직면해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달려나갈 힘을 얻기 위해서.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솔리튜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굿밤 되시구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2.01.03 이글의 답글달기

슬기롭고, 착하고, 강한 하나양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자격이 차고 넘치는 분

李하나  12.01.03 이글의 답글달기

모르겠어요, 정말 그런 지, 아직까지는.
하지만 그런 말씀을 한 번씩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한 꺼풀씩 두꺼워져요, 감사해요:)
좋은 밤 되세요 프러시안 블루님♡

비밀이에요  12.01.08 이글의 답글달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다가 들어와서 이글까지 보게되었네요..많이 힘드시겠어요.하지만 힘네세요..힘든일만 계속된다면 세상에 사람이 없을겁니다..

일단 힘네세요..생각도 바르신것같고 학교는 다닐수 있으면 다니지만 휴학도 저는 추천합니다. 자퇴말구요 머리가 복잡할때 괞이 이거저거 하면 잊혀지긴 하지만 그건 모든일이 다 끝난다음이구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가 많이 아풀수도 있거든요..
저희집도 부모님이 이혼했죠 제가 사춘기 소년이었을때 부터 폭행이 심하시다가 어느날 집에 있는돈을 싹쓸어서 제가 15살때쯤 잠적하셨죠 최근에 이혼시키긴 했지만 유년기는 매우 궁핍하게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행이 삐뚤러지지는 않고 잘 살아가고 있죠..

제가 하고 싶은말은 상황이 좀 다르지만 모든일을 정리하는데 좀 힘듭니다..일이 힘들다는게 아니고 내 자신이 많이 상하게 되요 맘이 그러니 맘단단히 먹으시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정리하는 중에 몸도 맘도 많이 상하지만 하고나면 응어리라고 해야 하나 그게 풀어져서 좀 맘이 편해지죠..

이상 비밀이의 생각 이었습니다..(너무 현실만 생각해서리..ㅠㅠ)

李하나  12.01.08 이글의 답글달기

아니에요.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힘든 몸과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힘낼게요. 각오도 단단히 할게요. 감사해요 비밀님:)

비밀이에요  12.01.10 이글의 답글달기

자꾸 이곳에 들르게 되는군요 요즘 근황동 궁굼하고 잘 지네고 있으신지..그냥 남일같이 않아서 말을 남기고 있네요 잘지네시죠 이럴때일수록 칭구들이 많이 으지가 되는데 전 개안은 칭구늠들이 힘들때 힘을 줘서 꿋꿋이 버텼는데 걱정이 됩니다..ㅎㅎ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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