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담배를 끊었다. 우리 학교에 담배피우는 아이들이 몇 있다. 이제 겨우 10대 중반인 아이들이 이미 중독상태인 것처럼 얘기하길래, 그래서 끊기 힘들다는 투로 얘기하길래, 솔직히 어이가 없고 가소로운 마음마저 든 나는 '그래? 그럼 23년째 하루 한갑씩 담배 피워온 내가 의지만으로 끊을 수 있다는 걸 너희들에게 보여주지!' 하며 학교 식구들이 다 모여앉은 자리에서 이 시간부로 당장 금연하겠다고 공표해 버렸다. 모두들 놀라워하는 시선이란! 나는 어떤 극적인 효과를 의식한 게 아니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는지 아이들이나 동료 교사 몇이 회의 후에도 감탄조의 반응들을 보였다. 담배를 줄여가며 끊기란 현실적으로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예 한방에 끊어야지... 어쨌든 내가 자승자박의 자충수를 둔 측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면서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교사가 담배를 피운다는 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고, 더군다나 대안학교인데 흡연이 대안적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의학적 사실보다, 심리적으로 담배의 노예가 되고 만다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특히 밤에) 은근히 금단현상 같은 게 느껴졌지만, 말 그대로 '의지'로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담배의 유혹에 굴복하여 다시 담배를 물었을 때 느끼게 될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자괴감, 무기력감을 예상하면 의지(-초심)가 새삼 되살아나는 면이 있다. 그리고 매사에 더욱 집중하고 몰입하여 담배가 생각나는 횟수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담배가 생각날 때엔 생각을 아예 다른 쪽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쉼없이 격려하며 담배를 이 기회에 끊을 것이다. 내가 원해서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고, 나는 이 정도 시험 쯤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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