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31일째 │ 연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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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보면 처음에 '연애 몇 번 해봤어?' 하고 묻곤 했다. 내가 '음, 아주 어릴 때는 사귀어봤었는데' 라고 대답하면 '그건 연애가 아니지.' 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음, 그러면 나는 한 번도 안 해봤어. 모태 쏠로야.'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의 연애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연애를 해보니 어릴 때 반 친구와 사귀었던 그것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하건데 어릴 때 했던 연애가 더 좋았다. 직관적이었고 계산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았다. . .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외로워서 안되겠다, 연애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그 밑에 달렸던 댓글 '연애해도 외롭다. 아니, 연애하면 더 외롭다.' . . 기MT에 가서 소주에 홍초를 타 마시면서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피 튀기며 나눴던 이야기 '연애는 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나눴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친구들이 나에게 토로한 것이었지만, 아무튼 주제는 '연애는 마약이다' 였다. 한 번 연애를 하고나면 다시는 연애를 안 한다며 몸서리치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다시 찾게 된다는. 그래서 연애는 마약이라고. . . 이제 나도 연애란 것을 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러니까 4개월 동안 좋아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솔직히 전과는 다름을 느낀다. 한창 좋았을 와 비교해서 그런가 그 때는 하루 종일 생각나고 보고 싶어 미치겠고 그랬는데. 지금은 뭐 가끔씩 보고 싶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생각나지도 않고 어쩔 때마다 생각나고 연락 오는 게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 마음이 어느 정도 식은 걸까. 솔직히 지금 오빠가 헤어지자고 해도 그렇게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게 미안해서 미칠 것 같다. . .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렵고 괴로운 게 아니라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렵고 괴롭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아아아 망할 오지랖. 남의 상처와 남의 고통까지 떠 안는 이런 자학적인 기질 . . 아아 몰라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연애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나에게 이 연애는 나쁜 게 더 많은 것 같다. 왜 좋은 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나랑은 비슷한 구석이 없다. 연애를 하는데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없달까. 대화가 그렇게 잘 통하지만은 않는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인간적으로는 친밀감을 느꼈고 친해졌지만 깊이 소통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든지 성격적인 기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좋은 오빠 동생 사이는 될 수 있어도 연인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바로 이 점이었다. 기질적으로 우울하고 감성적이고 예민한 나. 오빠는 내가 그런 감성적인 부분에서 의존하면 언제나 받아주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내가 겨울이 조용해서 좋다고 이야기하면 자신은 겨울 옷이 더 예쁘고 보드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좋다는 대답. 나는 여기서 괴리감을 느낀다. 그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고 느낀다. 내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고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고 같은 노래를 끊임없이 듣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는 그 내가 깻잎을 좋아하고 이따금씩 하염없이 걷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는 그 그에게 안겨 있는 것이 좋고 그가 나를 만져주는 것이 좋고 그와 입술을 맞대는 것이 좋고 그와 함께 누워 있는 것이 좋고 그가 나를 원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어째서 정신적으로는 이렇게 외로운 건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가, 지나친 합치를 바라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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