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버리고 싶은 마음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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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글을 쓰고 싶다. 노트북 키보드가 알맞게 손에 익어 두드리는 느낌이 참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글을 써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속 시원해서 그런가. 하긴. 나는 뭔가를 버리는 데에서 크나큰 쾌감을 얻는다. 오늘도 방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눈에 거슬리던 온갖 것들을 내다버렸다. 그러고나니 참 속이 시원해졌다. 그런데 아직도 남아 있는 내 방의 많은 물건들. 심지어 이것들은 내가 자주 쓰는 것들인데도 눈에 거슬린다. 필통 핸드폰 탁상시계 편지상자 각종 책들 옷가지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인데 이것들까지 거슬린다면, 이 정도면 바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內) 의 문제다. . . 왜 이렇게 물건들이 보기 싫을까. 왜 다 버려버리고 싶을까. . . 언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버리고 싶다.' . . 버리고 싶은 거야. 내 안의 무언가를. 그래서 바깥의 것들을 자꾸만 버려대는 거야. 자잘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 거야. 내 안에 있는 쓸모 없는 것들이 뭘까. 뭐가 내 안에 도사리고 있을까? 해묵은 분노 어린 시절의 기억들 원망 연민 자잘한 감정의 찌끄레기들 내 안의 꼬인 부분들 그런 것들을 다 털어내고 마음이 가뿐해지고 싶은 거야, 나는. 그러면 이 마음을 추진력 삼아 그런 것들을 싸래기 털어내듯 모두 털어낼까, 아니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안고' 살까. 김형경이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complex를 사랑하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고. 나의 부정적인 측면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고 버려버리고 싶은 것들을 사랑하게 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까. 하 아무튼 상담을 다시 받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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