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를 볼게 │ 연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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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같던 연애 초기. 앓고 나니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것도 같다. 환상, 이 깨어지는 과정이었다. 연애는 이럴 거야 이만큼 로맨틱할 거야 이만큼 멋질 거야 하는 그런 기대와 기준이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애도 사람 사는 일, 이라는 그의 말이 딱 맞다. 언제나 보고 싶을 수는 없고 언제나 함께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싫을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다. . . 인정하고 나니 연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지나치게 심각하고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했어. 지금 우리는 충분히 달달한데. 만나면 손을 잡고 같은 공간에 둘이 있게 되면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키스를 하고 서로를 안고 뒹굴뒹굴 부비적 부비적. 그렇게 서로 안고 있다보면 나는 금새 젖어오고 너는 딱딱해지고. 나는 너를 원하고 너도 나를 원한다. 그렇게 몸을 섞고 싶어하고. 그리고 함께 몸을 섞고. . .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면 좀 전과 같지는 않더라도 그저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밥을 먹더라도 내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나의 꿈을 이야기하고 너의 꿈을 듣고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서로 손을 잡고 또 걸어. 네가 땀을 많이 흘려 자꾸만 나를 피해도 그것도 이제는 괜찮아. 그리고 공원을 걸어. 또 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나는 응응 하면서 듣고. . . 말 하는 너의 모습이 멋있지는 않아. 아이 같은 걸. 나와는 생각하는 게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해, 너는. 내 친구만큼은 조잘조잘 댈 수는 없달까. 서로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까. 나는 TV를 잘 보지 않고 너는 TV를 많이 보고. 네가 뭐 봤어? 해도 나는 몰라. 미안. 나는 가수도 잘 모르고 너는 가수를 많이 알고. 네가 누구 알아? 해도 나는 몰라. 미안. 나는 술도 잘 못 마시고 밤에 잘 놀지도 않아. 네가 클럽 가봤어? 해도 나는 안 가봤어. 이것도 안 해봤고 저것도 안 해봤어. 그래도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여.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뭘까? 왜 좋은 걸까? 잠시 궁금하지만 뭐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 . . 어쩌면 나는 네가 참 크고 따뜻해서 좋은 것 같기도 해. 나는 항상 그런 걸 좋아했으니까. 폭 안겨 있는 것. '산' 같은 사람. 그리고 안정감 있는 사람. . . 나는 네가 좋아. 물론 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지만 헤어지기가 힘들지는 않아. 어쩌면 방어의식일 지도 모르겠어. 이런 것도. 더 많이 주지는 않으려는 나의 방어의식. 더 좋아하지는 않으려는 그런. 미안해. 온전히 주지 못해서. 그래도 고마워. 이렇게라도 줄 수 있게 해줘서. 너는 나의 첫 남자친구. 잊지 못하겠지. 그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특별해. 그리고 나는 너로 인해서 또 한 번 많이 변할 거야. 그 변화의 흔적들로 나는 너를 영원히 기억하겠지. 죽을 때까지. 살짝 약이 오르는데? 난 너의 네 번째니까. , . 그런데로 좋은 것 같아. 항상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보고싶어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안고 싶어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네가 그렇다는 거.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내가 그렇다는 것. , , '고마워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야 그저 멋쩍어 네게 하지 못한 말 내 마음을 알아줘 사랑해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야 그저 수줍어 네게 하지 못한 말 내 마음을 알아줘 - 옥상달빛,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 . . 너도 잘 해주고 있어. 그리고 나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연애, 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너를 생각할게.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너를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너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너를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너를 위해주려고 노력하고. 너를 볼게, 너를. 나도 아니고 관계도 아니고 '너' 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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