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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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신(神)이 아니므로 답을 알 수는 없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내가 너에게 물어보고 네가 나에게 답하기 전까진 나는 알 수가 없다. 너는 이럴 거야, 나는 저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거야, 라고 소리치며 너를 미워해봤자 그건 소용 없는 일이다. 너는 나의 생각과는 다르다. 너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는 나처럼 느끼지 않고 너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와 나는 처음부터 다른 거야. 나는 너로부터 분리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인생을 잘 살아가면 되는 거야. 너는 나와는 상관없는 하나의 '주체'다. 내 안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마음의 렌즈 너머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네가 흔들거리고 흐리게 보이고 날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의 렌즈의 상태가 그 날 그 날 다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렌즈에 얼룩이 묻어 있으면 네가 얼룩져 보이는 것이고 내 마음의 렌즈가 구겨져 있으면 네가 구겨져 보이는 것이다. 너는 독립적이고 나는 너를 끝까지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렌즈 너머의 너에게 묻는다. 나는 네가 이렇게 보여. 너는 어떻니. 정말로 그렇니? 내 마음의 렌즈는 부정확하므로 너에게 묻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렌즈는 타인을 비추는 왜곡의 장이므로 나는 언제나 그 왜곡을 믿음으로 인해 너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 너와 대화를 하는 것이고 너에 대해서는 너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너를 모른다. 알 수 없다. 나는 신(神)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조차도 잘 모른다. 나의 마음의 렌즈는 가끔은 나조차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너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 너는 너와 상관있는 존재. 나는 네가 궁금하므로 계속해서 너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의 눈은 정확하지 않으므로 알고 싶은 건 너에게 묻는다. 너는 나에게 솔직하게 대답할 것. 나는 너를 모르므로. 마찬가지로 너도 나를 모른다. 너도 너의 렌즈로 나를 볼 테다. 나는 너에게 나를 알리고 싶으므로 너의 렌즈 앞에 가 설 것이다. 그러나 너는 너의 렌즈를 통해 나를 보겠지. 너의 렌즈는 가끔 얼룩져 있을 수도 있고 구겨져 있을 수도 있고 색이 바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진짜 나를 네가 알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불완전하다고. 나는 이렇게 우울하다고. 나는 이렇게 소심하다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나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아니므로. 너는 나를 모르므로. 나는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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