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최고로 생각하는. 나의 엄마, 그리고 나의 아부지.
20년 넘게 서로 단 한번도 떨어져본 적 없었던 그 두사람이, 일주일 전부터 주말부부가 되었단다.
매일 저녁, 아부지가 약국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던 엄마는 편해서 좋다야~ 난 너무 좋아, 라고 말했지만 난 걱정이 되었다.
아부지 없으면, 밤에 잠도 못자는 엄마.
엄마는 그러면서, 딸인 니가 아빠한테 전화 좀 해서, 괜찮냐고, 밥은 잘 챙겨먹냐고, 전화를 자주 하라고 한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리고 여린 아부지. 딸한테는 최고로 보이고 싶어서, 괜찮다는 말만 내내 한다. 서글프지.. 하는 내 말에, 걱정마라, 무뚝뚝하게 카톡으로 대답한다.
엄마는, 우려했던 것처럼,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아부지가 옆에 없다는, 그 빈자리가 나의 문여사를 외롭게 했나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눈 좀 잠깐 붙였다가 또 새벽에 깨고, 또 깨고.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고, 심지어 우울증같이 무기력해졌다.
전화기 너머의 문여사의 목소리에 진득한 물기가 묻어났다. 나도 목구멍이 간질거려, 됐어, 알았어- 밥이나 챙겨먹어, 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동생에게 연락한다. 야. 엄마 좀 잘 챙겨, 임마.
먹고 산다는게 뭔지. 20년 넘게 꼭 붙어있던 저 부부가, 이렇게 일주일만에 시들시들한 꽃처럼 말라가고 있다. 토요일 약국을 정리하고 한걸음에 달려왔던 아부지와, 애써 웃으며 가장 예쁜 얼굴로 맞이하는 문여사. 그리고 일요일저녁, 다시 헤어지는 주말부부.
서글프다. 문여사가, 빨리 기운냈으면 좋겠다.
딸년이라고 하나 있는데, 아무것도 못해주고, 아무말도 할 수 없어서 속상하다. 목구멍이 간질거려,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고 있는데 그럴수록, 이젠 코까지 시큰거린다.
아. 젠장. 일해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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