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축하해요. │ 현실체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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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8월 9일이었나. 영 찜찜하다 했다. 내가 아는 누군가의 생일인 것 같았는데 도통,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생일이나, 날짜- 중요했다거나, 소중했다거나, 쇼킹했다거나, 그 외에는 잘 기억하고 다니지 않았는데. 누구의 생일이었는지, 혹은 누구와 관련된 날이었는지 생각이 안났다. 지난 2년간의 다이어리를 뒤져봐도, 아무 기록이 없다. 뭐지. 뭐지. 뭐지. 너의 생일은 2월이고, 내 생일은 12월이고. 내 베프의 생일은 7월이고. 엄마 생일, 아빠 생일 겨울과 봄. 그렇게 찜찜하게 하루를 보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둘과 친한 동료와 함께 늦은 시간을 보내고 난 피곤해서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생각이 났다. 이미 시간은 8월 10일 0시 4분. 그래. 나 음악할때 드럼치던 선배의 생일이었구나. 8월 9일. 듬직했던 사람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아. 지금 와 생각해보니, 손이 너와 닮았었구나. 생일선물로 드럼스틱을 선물해줬던 그해 여름날. 참 예뻤던 통영바닷가가 생각이 난다. 교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들던 밴드사람들도, 선배들도. 어쩌면, 내가 통영을 좋아했던 이유가,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늘 돌아와야했던 그 시간들때문에, 아름다운 운하의 야경을 볼 수 없던 나에게 계절마다 사진을 찍어보내줬던 사람. 덤이라며, 폭죽을 양 손에 쏘아올리며 환하게 웃던 자신의 사진까지. 사람들이 많은 해변가를 피해, 한적한 바다를 보러, 바위를 오르고 절벽가에 가던 길.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양 중위가 사줬던 피자. 그리고 커피. 그사람은 날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16살인 나는 28살이 되었는데. 아직도 기억한다, 입대하고 첫휴가 나오면, 다시 꼭 그 바다를 보러가자던. 손꼽아 기다렸지만, 연락 없었던 사람. 마지막날 내가 전화를 해, 너무하다고, 기다렸다고 울어버렸던 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사람. 난 무엇을 기대하고 기다렸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사람을 기다렸었는지, 그 사람과 함께 볼 바다를 기다렸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는 무덤덤하게 그 바다를 바라본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많이도 변해버렸다, 통영도.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보이는 바다에 설레였는데, 지금은 전부 바다를 메꿔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대형마트와 함께 빼곡하게. 더이상 설레지 않는다. 더이상. 구 모군. 이제, '군'이 아니라 '씨'인가요. 아직도 생각이 나요. 당신이 보내준 사진 아래 쓰여있던 글귀를. [눈을 뜨면 환하게 웃고 있는 내가 보일꺼야.] [추운 겨울밤, 너를 위해, 운하 위에서] 그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바위 위로 올라 바다를 바라본 당신과 나. 그 여름날의 바람과 햇살. 강구안 분수대의 찬란하게 빛났던 물빛들. 옅은 분홍색 셔츠도, 하얀 운동화도. 덕분에 나는 아직 분홍색 셔츠를 입은 남자를 보면 멈춰서요. 당신이 나를 사랑했던, 사랑하지 않았던 중요하지 않아요. 내게 중요한 건, 그때 그 시간들, 그 기억들이 내게 남아있다는 것, 그것 하나. 짝사랑이라고 해야했나, 아무튼. 그때 그 기분, 그 기억들때문에 내 핸드폰 뒷자리가 당신 것과 같다는걸. 당신은 아직 모르죠.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당신만 모르죠. 몇년간, 당신의 생일을 잊어서 미안합니다. 내가 이렇게 미안해하는지, 당신은 또 모르겠지만. 늦은 생일을 축하하며, 내년에는 어쩌면 용기를 내어보도록 할께요. 훗. 그러다가 또,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고 또 마음을 예쁘게 종이접기하듯 접겠지요. 당신의 생일은 잠깐 잊었는데, 다시 생각하면서, 잊고 있던 모든것들이 다 떠올랐어요. 책장 맨 위에 올려진 박스 속에서 잠자고 있을 바랜 편지들. 의미없이 바라봤던 책상 위의 사진들. 편안하시길 바래요. 영원한 드러머. 영원한 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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