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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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상담을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엄마는 또 고소도 안 할 거면서 왜 자꾸 상담만 받느냐고 퉁명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 짜증을 느끼면서 내가 짜증을 느끼는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이 힘들어서 다니는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상담을 다니면 마음이 편해지냐고. 나는 다시 한 번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느끼며 '응' 이라고 대답했다. 평소 같았으면 화를 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표현하기 위해서. 엄마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잠시 참고 '대답'했다.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 . . 묻는 말에 '대답'을 하기 시작하니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 엄마는 상담을 하면 왜 마음이 편해지냐고 물었다. 나는 또 다시 '상담을 하니까 편해지지'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참고 '상담을 하면서 털어놓으면 나쁜 기억들을 털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받아들였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도 한 번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왜'냐고 물었다. 나는 또 다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짜증내고 싶은 것을 참고 '대답'했다. '엄마도 받은 상처가 있을 테니까 가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는 나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가서 좀 들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말했다. '내가 뭘 모르는데' 또 다시 '뭘 모르냐니?' 라고 짜증내고 싶은 것을 참고 '어머니가 하는 말에 나는 상처를 받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데?' '(정말 모른단 말이야?!) 나보고 아버지한테 전화하라고 한다든지, 어차피 고소 안 할 거면 용서하고 살라든지 답답하게 왜 말하지 않았냐든지 하는 것들. 그런 막말들.' '지랄하네, 그게 왜 막말이야?' '막말이지.' '왜 그게 막말이야?' 나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내가 상처를 받으니까.' . . 화에 집어삼켜지지 않고 화를 느끼면서 표현, 했다. 엄마는 말했다. 자신의 그런 표현에 내가 상처받는 줄은 몰랐다고. 안 그러겠다고. 나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 감정 표현과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험. 헷 받아들여졌다. 나의 표현이. 나의 요구가. 나도 할 수 있구나. 해도 되는 거구나, 이거. 좋은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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