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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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내가 나에게 애원한다. 제발 잊지 말라고. 너에게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들이 있다고. 해결하고 넘어가 달라고. 사실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은 그리 대단치 않을 지도 모른다. 이따금 겉잡을 수 없는 우울에 빠진다든지 전화 통화를 잘 못한다든지 남을 잘 미워하지 못한다든지 내 주장을 잘 하지 못한다든지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할 것이 없는 문제들이다. 아니 문제조차 아니다. 그냥, 나의 성격이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무언가가 계속해서 제발 놓치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있는 단 한 가지. 성폭행, 그 기억들을 제발 잊지 말라고. 알아달라고 풀어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 . 그래 알았어. 나도 노력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뭘 원하니.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표현하는 것. 내가 당했던 일들 나에게 있었던 일들 그래서 내가 느꼈던 괴로운 느낌, 증오, 분노들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화도 내보는 것. 그리고 그 새끼에게 이야기하는 것. 너는 나쁜 새끼다 네가 한 짓은 나쁜 짓이다. 나는 너 때문에 힘든 인생을 살았고 너는 나에게 잘못한 것이다, 라고 눈 똑바로 뜨고 그 새끼의 정면에서 그 새끼가 듣도록 또박또박 이야기해주는 것. 그리하여 이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분이 되어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끔 그 온도를 낮춰주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다. 제발 그걸 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지는 말아달라고 그렇게 나를 보채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온갖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그걸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끔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 . 알았다. 포기하지 않을게. 그걸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고 지금 당장 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게. 끝까지 잡고 있을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자.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것만 하자. 우리 생각만 하자. 응응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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