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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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자친구를 만났다. 밥을 먹고 그에게 포켓볼과 사구를 배우고 카페에 들어갔다. 그가 핸드폰 게임을 알려준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디를 알려주겠다며 만지작거리던 폰에 채팅창 하나가 떴다. '자ㅋㅋㅋ카톡 안 보네?' '늦었네ㅋㅋㅋ얼른 자용ㅋㅋㅋㅋㅋ' 두 문장이 선명하게 내 눈에 박혔다. . .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눈을 의심하지는 않기로 했다. 일단 내가 본 것은 저 문장이 확실하다. 잊어버리고 불분명해질까봐 바로 메모장에 적어두었으니까. . . 찜찜한 마음으로 그의 앨범을 켰다. 그는 바로 핸드폰을 가져가며 이 사진 저 사진을 보여주고 노래도 들려주었다. 손이 떨렸다. 나는 느끼지 못했으나 그가 '아 나 왜 이렇게 손을 떨지ㅋㅋㅋ' 라고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그가 손을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 모르겠다. 온갖 상상이 다 들지만 상상은 하지 않아야지. 그리고 판단을 해보아야겠다. 내가 본 것을 가지고. . . 누가 누구를 '자기'라고 부르는가. 누가 누구와 잠자리에 같이 들며 '얼른 자요' 라고 하는가. 그것은 나와 그가 연인이기에 매일 하는 일. 그러나 그 채팅창은 내가 아니다. 그는 나에게 아이디를 알려준 적도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의혹이다. 그가 그 채팅창에서 아이디를 봤는지는 불분명하니까. . . 딱 하나. 누군가가 나의 남자친구를 '자기'라고 불렀다는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돌아와 그와 나눈 카톡을 모두 내보내서 텍스트화했다. 그리고 '얼른 자용'이라는 말을 내가 한 적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었다. 그가 채팅창을 켰을 때 바로 나올만한 기한, 그와 나는 하루 종일 카톡을 하므로 일주일 이상 카톡이 쌓였다면 웬만큼 스크롤을 올리지 않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12월 29일부터의 카톡 내용에서 내가 본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없었다. . . 그래서 나는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그 자리에서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확인을 못하고 말았다. 너무 답답하다. . .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단체 카톡방이었을까, 그러나 단체 카톡의 맥락은 아니다. '자기, 얼른 자용'이라니. . . 모르겠다. 다음 주에나 다시 만나는데 만나면 핸드폰이나 구경해봐야지.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친구 핸드폰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 갤러리를 들어가본 적도 카톡을 켜본 적도 없다. 그냥 그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다. 혼자 답답해하지 말고 한 번 구경이나 해봐야겠다. 식겁해서 이번 주에 다 정리해버릴 지도 모를 일이지만. . . 그냥, 촉이 온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지. 아버지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해서는 안 돼.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내가 본 것으로 판단을 할 뿐. 아무튼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깨림칙한 것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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