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또 다시 검정치마의 Antifreez가 듣고 싶은 밤이었고 그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외로울 때 무서울 때 우울할 때 안티프리즈를 듣는다.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란 부분을 들으면
왠지 좀 위로가 된다.
검정치마의 첫앨범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휴일에 태어나서 휴일이란 이름을 얻은 그의 일관된 어떤 감수성 때문이었다.
"날 좋아해줘. 월요일 아침에도
네 엄마 아니 아빠보다 더..." -좋아해줘
첫 곡 첫 가사부터 엄청나게 직설적이고 솔직해서 어안이 벙벙.
보통 이런 닭살스러운 사랑 투정은 여자가 하기 마련인데?
조휴일의 보컬은 어쩐지 반쯤 담담하고 반쯤 징징거리는 그런 느낌. 화자는 어른스럽지 못한 소년 혹은 소녀.
닭살스럽기보단 귀엽고 애처로운 러브송.
사실 사랑에 빠지면 우린 늘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소녀가 되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곡 안티프리즈는 더 낭만적이다.
"우리들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다 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불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며는 어떡해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주는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온 우주에서 너와 나밖에 없다는 느낌의 이 감수성이 난 너무나 좋다. 정말 심장을 훅 하고 치고 드는 느낌.
썸과 밀당이란 단어가 넘치는 요즘에
조휴일의 이 감수성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와닿는다.
정식 음원은 아니지만 haspital이란 곡도 좋다. 화자는 여자 같은데 남자친구 어머님이 아프셔서 병원에 간호하러 가야 한다. 여자친구인 화자는 그런 남자친구에게 나도 같이 가면 안되냐고 하는 내용이다. 거기서
"내가 나쁜 건지 아님 약한 건지 너 없이는 잘 수가 없어."란 이 가사도 정말 예쁘다. 모성애를 불러 일으킨다. 정말 안 데려가면 안 될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발표된 love is all에서 검정치마의 사랑에 대한 시각이 절정에 달한다.
"완벽하지 않아 기쁜 걸. 내가 모자란 만큼 너는 조금 모날 거니. 새로운 사실이 아니어도 난 매번 새로워.
아무렴 어때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love is all
all is love love is all love is all in my life."
러브송 말고도 그의 낯설고 신선한 감수성이 반영된 곡들이 많다.
사춘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서 그런지 전형적이지 않아서 맘에 드는 그의 시각.
남자친구와 싸우고 난 뒤 아무리 내 애인이라도 이해가 안 될 때, 나와 생각이 달라서 타협하기도 싫을 때가 있다. 미울 때도 있고 몇 분 정도 헤어지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렇지만 사랑 앞에 그런 건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고작 그까짓 일로 날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널 잃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서 저 가사가 딱 맞다.
아무렴 어때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