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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덕회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2016
조회: 1639 , 2016-03-01 23:44
연출료 및 제작비를 주지 않고 지불요청 연락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던 프로덕션이 있었다. 1년동안 원청자였던 대기업에서 결제되지 않았다는 말만 믿고 군소리 없이 기다리기만 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대기업은 그 프로덕션에게 초기에 일시불로 다 결제 했던 것. 

그걸 안 이상 더 가만 있을 수 없어서 프로덕션 대표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언제까지 외주용역금액을 지불해달라고...한 번 보냈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두 번 보내고 세 번....그제서야 문자 하나 달랑 날라왔다. 자꾸 문제 만들지 말라고, 안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지장이 생길거라고...

그 당시에 그 프로덕션에서 또 다른 일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간단히 말해서, 시끄럽게 굴면 그 일 안주겠다는 뜻. 솔직히 슬그머니 칼 접고 다시 군소리 없이 기다릴까도 싶었다. 그런데, 이미 스탭들은 내가 그렇게 질러 놓은걸 알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경과를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고민끝에 더 세게 나가기로 했다. 

다시 한번 일주일의 시한을 주고 그때까지 지급이 되지 않는다면, 원청자인 대기업 담당자에게 알릴 것이고 그리고 법원에 소송을 걸겠다고...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니, 며칠 뒤 내가 진행하던 일도 뺏어서 다른 제작팀에게 넘겨 버렸다. 당장은 내가 손해를 입었지만, 내가 예고한대로 대기업 담당자에게 알리고 한바탕 난리가 나고서 이틀 뒤, 1년 넘게 받을 수 없었던 용역대금을 100% 모두 받아낼 수 있었고 스탭들은 내가 여전히 믿음직한 연출자라는 신뢰감을 버리지 않게 됐다. 그런 이후에는 제작비가 충분치 못한 '어려운 형편'으로 무언가를 도모하더라도 서로 기꺼이 도와주는 관계가 되어 스탭들과의 관계는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게, '명분'없이 행하지 않는게 없는거다. 무얼 시작할 때도, '~으로 인해' 일어날수 밖에 없는것이고, 그만 둘때도, '~으로 인해' 참을수 밖에 없는거다. 호기롭게 뽑은 칼날에, 막상 상대가 별로 쫄지 않았다 하더라도 '슬그머니' 다시 칼집에 꽂아서는 안되는거다, 결코.

그래 좋다! 백번 양보해서, 더 이상의 필리버스터는 실익이 없어 접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치자. 그렇다고 그냥 맥없이 '선거 망쳤다고 욕먹을까봐'가 아니라, 그리고 저에게 모두 돌을 던지시라며 자폭할게 아니라...합리적인 토론으로 열심히 주장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박그네와 새누리를 제대로 심판하자고 '전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매끄럽게 빠져 나와야 했다. 말하자면 '싸움의 판을 바꿔서 투표로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파워를 더 세게 올려 시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야 일주일동안 야권세력이 그렇게 불철주야 노력했던 것들이 헛수고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싸움의 불씨로 의미가 계속 살아 있게 되는 거다. 왜냐면, 이제서야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기에...

에효...어째 이리 소중한 '기회'를 이런 등신같은 '출구전략'으로(출구전략이란게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또 다시 허공에 날리려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