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단전호흡 단체에서 사범 생활을 했었다. 그 단체에서 4년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던 것들 배웠던 것들... 그것들은 그 단체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게 전부 도움이 되었다. 하나 하나 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 단체의 가장 큰 비전이었던, '이치로써 세상을 대하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거창한 이념은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20대 애송이를 사로잡아버렸고, '누구나 수련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를수 있다'는 원리에 패기가 샘솟아 기꺼이 온 몸을 던졌더랬다.
시간이 흘러, 내가 있었던 곳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사이비 종교단체로 여러 차례 방송으로 고발당했고, 그 단체의 장이었던 사람은 그냥 '사기꾼' 교주였을 뿐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돌아보면, 미심쩍었던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라는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와 같이 사범 생활을 했던 많은 동기들, 선배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와 직장을 때려치고 올인했던 순수한 에너지와 눈빛들도 같이 떠올랐다.
드루킹이라는 자때문에 시끄럽다.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라는 단체를 이끌면서, 재벌위주의 세상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한 경제 민주화'를 향해 가야 한다는 비전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 비전에 매료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심지어 故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였던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까지 내걸었다고 한다. 재벌 기득권들에게 착취당하는 짓을 그만두고 시민들이 구심점이 되어 사회 시스템을 좀 바꾸자고 했단다. 이 메시지는 대단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들었댄다.
그런데, 자기 존재감 과시를 위해 벌였던 '불법행위'때문에 구속되었고 그와 동시에 드루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과대망상가 또는 사기꾼으로 찍히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로 운영되는 단체도 사이비 종교단체화 되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그간의 문제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기는 기술이 아니라 심리전이라고 한다. 맞다. MB를 보면 그렇다. 그가 내건 공약들. 747공약. 그거 새빨간 거짓말인줄 안다. 다만 그렇더라도 똑똑한 척 입바른 소리하는 사람보다는, 서민출신의 남자가 성공가도를 달려 결국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신화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내 살림살이 낫게 해줄거라는, 내 부동산값 떨어지지 않게 해줄거라는, 내 욕망에 표를 준거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메시지 자체는 사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우 공감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펼치고 자유롭게 살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 그런 세상을,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분명 있다. 수많은 사기꾼들이 만든 단체안에서 어떻게든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뛰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이용해먹은 사기꾼은 분명히 잡아 족쳐야 하는거 맞다. 맞지만, 그 평범한 사람들의 '꿈'은...그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들은...그것들까지 폄훼되는건... 웬지 마음이 안좋다.
순진하다고?
꿈이란게, 원래 순진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