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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혼자인 아침  
조회: 725 , 2019-02-23 11:17
가끔 와이프의 금요일 서울 출장과 토요일 약속이 동시에 발생할 때면, 그녀는 본가에서 자고 오곤 한다. 그럴 땐 나도 같이 본가에 가거나, 아니면 고양이가 외로울까봐 (혹은 그 핑계로) 혼자 집에 와서 지낸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서 이틀정도 주어지는 것이다. 혼자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이 기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딱히 결혼생활이 답답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은 때때로 완전히 혼자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뭐, 고양이 정도는 괜찮다. Chicago도 Hard to say I'm sorry에서 부르지 않았던가. 

"Everybody needs a little time away", I heard her say, "From each other".
Even lovers need a holiday far away from each other.

밤늦게까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고 지쳐 잠들기 직전까지 뭔가를 하다가 잠드는, 대학생 이후로 이어져오다가 끊어져버린 습관을 다시할 수 있는 쾌감.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원래 쾌감은 그런 행동들에서 오는 것이다.

익숙해져 습관으로 굳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모든 것이 좋다. 이 안정감이 좋다. 불규칙한 재즈피아노의 멜로디조차 익숙해져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생활의 동선이 예측 가능하고 내가 생각하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시기가 오면 그렇듯, 정체되어있다는 기분과,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과의 싸움. 적극적으로 행하진 않아도 결국엔 조금씩 나아가게 되겠지.

아침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게 괴로우면서도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