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처음으로 통신사 VIP가 되었다. 그 말을 보다 의미 있게 해석하면 이렇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생각 없이 핸드폰으로 결제하길 반복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로, 올 한 해 동안 6번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금요일에는, 여자친구는 퇴근 후에 친구들과 '극한직업'을 볼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심야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내려다 보이는 큰 사거리에는 불빛들이 참 멀리까지도 정체되어 있었다. 남은 일은 월요일로 미루기로 하고, 퇴근을 준비하면서 영화 얘기를 꺼냈다가 추천받은 것이 '알리타'였다. 종종 취향이 뜻밖이다 싶은 소희는 '극한직업'보다 '알리타'를 더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는, 아마도 원작소설이 있겠다는 생각과 속편의 계획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곧장 찾아 보니, 원작은 예상 외로 소설이 아니라 만화책이었고 국내에도 발매가 되었다가 절판된 상태였다. 아쉬운 대로 헌책을 구입할 생각으로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다. 대형 서점들 외에 중고나라, 북코아, 고구마 그밖에 처음 보는 업체들도. 그래야 했던 것은, 막 관심을 갖게 된 얕은 팬심으로 구입하기엔 헌책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 그리고 만족스런 상태와 가격의 매물은 결국 없었다.
밤에는 형광등을 켜지 않고, 옅은 주황색 전구를 끼운 스탠드를 사용한다. 특히나 우울할 때면 블라인드와 함께 위안이 되어 준다. 그런 채로 멍하니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다. 그러나 그 밤엔 그럴 일은 없었고, 다만 시간감각이 없는 채로 '찾기 시작한 김'에 아마존에 검색해 보니, 미국에서는 영화 개봉에 앞서서 원작 만화를 재발매했었다. 편권도 새로 하고, 일종의 '특별편'도 추가해서. 대뜸 구입하기엔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의문이 들었다. 왜 국내에서는 재발매가 되지 않았는지.
그때 기준으로, 재발매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글이 있었다. 만약 조만간 재발매가 될 것 같으면 그것을 기다리기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영문판을 구입하기로 결정하고는, 서울미디어코믹스에 꼭 재발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밖에는, 일본에서 원작의 출판사가 한 번 바뀐 것으로 판권 계약이 복잡해져서 그것이 국내 재발매가 때 맞춰 이루어지지 못한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글을 봤다. 만약에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었을까 싶어서 보니, 영문판의 출판사가 '고단샤 USA'였다.
관련된 소식은 그 후로 전혀 없었고, 결국 지난 토요일에 아마존에서 재발매된 영문판을 주문했다. 나중에 보니 이미 '일시 품절'이던데, 어쩌면 며칠 정도 늦어버린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