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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투명 일기글입니다.
 2년만에 접속하는 일기장  
조회: 635 , 2019-09-21 21:41
맞아요, 군대 갔다왔어요.



남들 다 가는 거래도, 나한테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항상 혼자다니고, 뭐든지 혼자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했어요.



훈련소 내내 옆사람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잤고.

그래서 목이 붓고, 감기에 걸리고, 계속 잠을 못자고 코피를 흘리고, 너무 많이 나오니까 거기 군병원에 잠깐 입원을 하고..

자대에 가서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했어요.

선임은 말할 것도 없고, 후임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랐어요. 나는 완벽주의고, 이렇게 이렇게 후임들한테 가르치면 제대로 안되어있고... 아니 제대로 안되어있는 건 문제가 아니었죠. 요즘 애들은,, 요즘 군대가 다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내가 알려주는데, 얼굴 책상위에 처박고 네네네네 한다거나.. 마치 중학교 선생님한테 대드는 양아치 학생처럼.. 그래서 관계가 좀 많이 틀어져있었어요.



그래도 맞후임 한명은 성격이 좋아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어요. 난, 거의 10년 넘게 친구없이 지냈는데 그래도 말을 터놓고 지낼 사람이 한 사람 생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근데...

근데말이에요.



제가 전역하기 3개월 전에 그 사람이 나를 완전히 엿먹었어요. 사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몰라요. 추측되는 사건이 있기는 한데 이정도 일로 나를 이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는 아니라고 저는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는 합당한 설명을 찾아냈습니다. 걔는 내가 맞선임이라 잘 대해주는 척했던거라구요. 원래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애라서, 그러니까 사교성이 좋은애라서 나한테도 그렇게 대했던거라고.



그 일후, 3개월동안 (정확히 100일동안) 심각한 자살충동과, 불안, 우울, 공황 등 진짜 정신과에서 대부분 다루는 온갖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 일 직후 군병원 정신과 갔다가, 민간병원으로 옮기기도 했구요.



사실, 우울 문제는 예전부터 조금씩 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정신과는 한국사회에서 가기 문턱이 좀 높잖아요. 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불리하다든지 등등등...

그래도, 내가 당장 죽게 생겼는데 죽을만큼 괴로운데 취업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정도로 정신증상이 커지니까 자연스럽게 가게 되더라구요.



음... 그 일이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공개하고 싶지는 않네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기도 싫구요. 다만 한국사회의 법이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그 증거입니다!'



이 말의 위험성을 아시나요?

그러니까 피해자가 일관되게 거짓말을 하면, 그게 법정에서, 인정된다는 소리에요. 요즘 성인지감수성인지 뭔지가 그거랑 아마 관련이 되어있을겁니다. 자세힌 모르지만.



그러니까 나는 진짜 안했는데.

나는 진짜 걔 거기를 만진적 없는데.

얘가 만졌다고 주장한거예요.

아주 일관되게. 자기랑 친한 애들한테 거짓증언도 하게하면 빼박이 되버립니다.



정말 웃기는 세상이죠?



만약 당신이 누군가가 당신을 서울역 4번출구에서 나체로 물구나무 서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고 그걸로 당신이 형사처분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그시간에 당신은 집에 있었는데? 하지만 집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음..



정말 죽고싶었어요.



비참해서.



사실 100일이나 지난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조사 중 여러번 공황을 일으켜서 중단도 했었어요.



그러니까 전역을 한 지금도 안끝났다는 말이에요.





한동안 모든 사람들이 나를 공격한다는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이건,, 세상이 잘못됐어요. 잘못되도 아주 한참.



난... 그렇게 성범죄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날라리고, 평소에도 인생을 막살았다면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았겠죠.



하지만, 난 전교1등도 해봤고, 전국 50등 한적도 있었고, 좋은대학을 나왔고,

그러니까 초중고내내 모범생이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이 될까? 사람들이 날 뭘로 볼까?



아참, 전 상병으로 전역했답니다. 군대내 징계에서 가장 쎈처벌인 계급강등을 당했거든요.



시나리오를 상상합니다. 범죄기록이 말소된 몇년 이후로,



면접관: 왜 상병전역이세요? 무슨 일때문에 징계를 당하셨나요.

나: (                     )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지금 제일 힘든건 뭐냐하면,

내가 지금 너무 아픈데,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정말 내 진짜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이 말이에요.



약은 100일째 먹어가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안먹는 것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인데, 먹는다고 뭐가 달라질것 같지도 않구요.



왜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데, 나만 왜 이렇게 사는걸까 왜 태어나서 고생인걸까 등등 안해본 생각이 없었어요.





사실,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약간의 거짓말입니다.



왜냐하면 군대 내 고양이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 부비댔었거든요. 사실 제가 개나 고양이를 조금 무서워하기도 하고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는게 대부분이라 만져본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처음으로 고양이와 첫 접촉을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그래서 내가 독립하면, 고양이를 기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 어쨌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조사는 중단되었으니 또 하러가야되고, 나는 사람들 많은 곳에 있으면 불안하거나, 시선을 느끼면 불안하거나,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거나, 뭐 이렇게 되었어요.



그래도 일은 하지 않지만, 열심히 살아보려고(이게 약효과인가?) 군적금 만기를 해지하고 블루투스 키보드와 전자책과 헤드폰 등등을 샀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힘들때 도와줬던 것들이 바로 음악이랑 책이었거든요.



과연 내가 이 일이 마무리되고나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는 아직도 대답을 할수가 없네요.

그래도... 죽진 않으려고요.



사실 첫 30일동안은 전역하면 죽어야지. 자살해야지. 어떻게 자살할까? 깊은 숲속에 들어가 목을맬까? 등등 별 생각을 다했지만..



그냥 살려고요. 왜냐하면 책과 음악을 통해서, 어느정도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살려고요. 사실 이런 결정을 하게된 이유는 책, 음악말고도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 음악 두곡가사를 마지막으로 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조동희-사계절

세상의 한 켠에 고개 숙인 그대여

설레는 작은 꿈을 놓치지 마오

녹록치 않은 삶이라 해도

누구나 그래요 나처럼 당신처럼

아직 잎도 나지 않은 새싹일 뿐야

따스한 저 햇살을

가슴에 담아 봐요

긴 소나기 뒤에 꽃잎 피어나듯

다시 당신의 노랠 만들어 가요

봄처럼 푸른 노래가

여름처럼 뜨겁게 달리다

가을처럼 져 버려도

겨울처럼 포근한 사랑을

잊지 말아요 그대 마음속에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작은 방 구석에 울고 있는 그대여

소중한 그 숨결을 멈추지 마오

세월에 마모된 모래알 되어

동그랗게 자꾸만 작아져 가도

바람의 손짓에 흩날린 낙엽처럼

시간은 늘 우리보다 빨리 달아나

굳게 언 땅 아래서 봄을 준비하듯

다시 당신의 노랠 만들어 가요

봄처럼 푸른 노래가

여름처럼 뜨겁게 달리다

가을처럼 져 버려도

겨울처럼 포근한 사랑을

잊지 말아요 그대 마음속에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울지 말아요 그대 두 눈 속에

다시 꽃이 필 테니



조동진-행복한사람

1.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2. 외로운 가요 당신은 외로운 가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 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HR-career   19.09.22

힘내세요

프러시안블루   19.09.22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