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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밥
 줄넘기   .
조회: 1722 , 2020-02-22 02:30
아직 봄이 되기에는 이른데..라고 생각을 하며 저녁 늦게 몸을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줄넘기는 달리기와는 다르게 집중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 잡생각이 많이 드는 달리기와 다르게 뛰는 순간순간마다 숫자 세기에 바쁘다. 그래서 밀렸던 생각들이 탁하고 넘치면, 줄 또한 탁하고 발에 걸려버린다. 넘친 생각들은 미지근한 공기와 함께 몰려 온다.
문득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자기계발서 책은 읽지 않는다고. 그런 사람들은 실력 또한 있겠지만 운이 도와서 그런 것이라고, 도처에 실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널렸다고 말이다. 자신은 그런 지친 인생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 동감하였다. 그런 인생은 힘든 삶이 맞긴 하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아이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때 말하지 않고 묻어둔 줄만 알았는데 발로 툭툭 흙을 걷어찬 듯이 모퉁이가 삐져나왔나보다.
걸리지 않고 100번 연속으로 줄넘기 뛰기. 이런 목표를 가지고 뛰는 줄넘기는 달리기와는 다르다. 좀 더 운이 더 필요한 스포츠랄까. 일정한 속도로 돌리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눈으로 빛을 좇는다. 뛰며 생각한다. 실력이 아니라 운 또한 필요하지만, 실력없이는 결코 그 운을 잡을 수 없다고 말이다. 처음 줄넘기를 시작한 날. 50개 조차 연속으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운은 찾아오는 것이 아닌,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묻어두었던 말이 줄넘기에 걸려 탁하고 생각들이 넘쳐 흘러왔다. 그렇다고 말이다.
이번에는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채우고자 하는 개수를 정하지 않고 되는 데까지 뛰어보자 하고 뛰었다. 이미 숨이 가팠지만 150번째 들어섰을 때 어쩌면 내 한계는 내가 정해두고 있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180에 들어섰을 때 줄은 발에 걸렸다. 가로등 빛에 등져 그림자가 드린 가는 나뭇가지를 보며 인생은 줄넘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목표한 바에 다다를지 모른다는 것. 그것은 인내심, 집중력, 평정심이 결정한다고 말이다. 다만 다른 점은 줄넘기는 내가 200에 다르기 까지 20즈음이 남았다는 것을 알지만 인생은 언제까지 흙을 파야 금덩이가 나올지를 모르는 광부와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든 줄넘기든 목표한 바를 이루었을 때는 성취감에 젖어 기쁠 것이다. 그냥 오늘 이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