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530 , 2020-11-10 14:34 |
어제는 오랜만에 다시 상담을 받으러 다녀왔다.
대학원 입시를 진행하면서 여러 불안감이 올라왔고
그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완벽주의까지 도지는데,,
이런 감정들을 보통 같았으면 혼자 처리했겠지만
이번엔 대학원 입시를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하지 않았으면 해서
케어를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진로를 바꾸면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그럴 때마다 조절이 힘들어지는 완벽주의를 상담받으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웬걸 나의 과거사를 모두 털어놓고 완벽주의의 원인까지 파악한 첫 시간이었다.
우선 뭔가 큰 일을 결정하려고 할 때 늘 완벽을 기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그동안 이게 그냥 성격이려니 싶었는데,
선생님이 내 과거 이야기를 쭉 듣더니 그럴 만 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지도해주거나 가이드를 해주는 사람이 없고
늘 혼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던 나였다.
부모님은 서로 갈등하고 먹고 사느라 바빴다.
그나마 현실 감각이 있는 아버지와 나는 적대적이었고
어머니는 현실 감각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도 잘 만나지 않고 소심하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상당히 좁았고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는 무지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었고
중학교 진학, 고등학교 진학, 대학교 진학, 진로 선택 등
굵직굵직한 생애 주기의 모든 결정들을 스스로 해야만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부모님에게 의지하거나 의논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그다지 나에게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그저 매번 내가 알아보고 결정해서 부모님께 알려드렸다.
동생에게는 나라도 있었지만
나는 위로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니 당연히 잘 하고 싶고 불안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의지할 곳 없이 살려니 힘들고 외로웠겠다고,
지금까지 많이 애써온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생각지도 않게 조금 울컥해버렸다.
상담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면 의지하는 연습을 좀 해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그동안 고민해오던 부분 하나가 툭 터진 기분이었다.
내가 자꾸 틀린 결정을 하는 이유,
내 인생이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이유는,
내가 믿고 고민 상담을 할 사람이 없이 늘 혼자 선택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어른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듣는 부분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훈련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님의 말을 들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말을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였던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뭘 하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하란 소리도, 어떤 사람이 되라는 소리도,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학원 시간에 늦어 발을 동동거리는 나에게
아버지는 호들갑떨지 말라며 지각 좀 해도 된다고 성질을 부렸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지각을 해도 된다는 거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는 내게
엄마는 아무도 안 본다며 여기저기 쓰레기를 버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치우라고 저렇게 버리는 거지?
부모님은 내가 믿고 지혜를 구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믿을 수 없고 저 사람들의 말을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그래서 가능했던 부분도 많다.
새롭거나 파격적인 도전들은 전부 부모님이라는 알을 깨고 나왔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사회에서도 좋은 어른들을 만났고
그 분들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잘 귀담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분들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게 후회되기도 한다.
사실 마음 담아 쓴소리를 해주시는 분이 많았는데.
늘 내게 쓴 소리를 해주거나 옳은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있었는데도 내가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스승, 지도자를 만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도 이런 부분에서였구나,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나는 늘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보다 더 지혜로워서 내가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동안 혼자 아등바등 애썼던 마음이 위로 받은 것 같아 눈물이 조금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상담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상담만으로 이렇게 나 자신을 더 잘 알게되고 위로를 받다니 말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직업이고,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의지하는 연습도 하면서
대학원 입시도, 상담사로서의 진로도 잘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내가 이전 글에서 썼듯이 완벽주의 때문에 인생이 좀 더디게 가는 것 같다고 느꼈었는데,
아마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중압감을 해결하면
좀 결정에 속도가 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상담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구하는 연습을 하면
더 빠른 결정을 내고 앞으로 더욱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
올해 입시 준비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몰라 시간을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도 지원 전략을 잘 짜지 못해서 결과가 좋지 못할 것 같지만
다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다행이고,
올해는 또 하나를 얻어가는 것 같다.
내 길을 찾았으니 급할 것 없고,
천천히 다시 시작해보자.
몇 년 뒤에는 정말 좋은 상담자가 되어 있는 것을 목표로
다시 열심히 걸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