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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님
 처음으로 컴퓨터로 써보는 일기   미국에서의 삶
비오다 말다 조회: 490 , 2022-09-11 13:57
미국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제일 큰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생각에는 나만의 비밀이나 누군가에게는 점점 희미해져갈 나에겐 따뜻하고 좋은 추억,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대한 생각이 많다.
완벽한 성인으로서 한국에서의 내 삶은 늘 바뻤고,
시간이 갈수록 겸허해지고 게을러지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다.
20대의 내가 예전에 늘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버지 세대처럼 흔한 기성세대로 나이먹지 말자던.. 
근데 어느새 이젠 그런 삶을 수긍하는 내 자신이 참 약해졌구나 나도 어쩔 수가 없었네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에서 지낸 6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인생 최고의 행복, 큰 좌절, 너무 많은 일을 겪고 느꼈다.
(방금 디테일하게 적어보니까 너무 적나라하고 생각이 깊어질까봐 쓰다가 지웠다.ㅋㅋ)
아무튼 이 낯설고 큰 나라에서 혹독한 외로움과 서러움을 견디고 난 어느새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내 이름으로 된 집과 차도 장만했고, 15살이나 어리지만 정말 나에게 헌신적인 외국인 여자친구와 함께
내 삶에 없을 것 같던 결혼이라는 미래를 그리며 함께 살고 있다.
그래도 뿌리가 한국인지라 평탄한 삶속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여전히 그립다.
그들을 보는 순간, 왠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이 감정은 과연 그때도 유지되고 있을까.
2016년 12월 내 기억속에 새겨놓았던 그 얼굴들보다는 더 늙어 있겠지?
길게 흘러간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다들 많이 안바뀌어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도 생각도...